“땅 팔 때는 언제고 살 때는 이전 기관 일”…구미 공단동 주민들, 산단공 횡포에 분통

발행일 2019-04-14 15:29:1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구미시 공단동 264-25번지에 위치한 도로(88㎡). 지난해 2월, 한국산업단지공단(당시 구미수출산업공단)으로부터 이 땅을 사들인 개인 사업자 A씨가 인근 상가 주인들에게 통행료를 요구해 말썽을 빚었다.
“30년 가까이 지나다녔던 길인데 어느 날 갑자기 통행료를 내라더군요. 못 낸다고 하니까 컨테이너로 길을 막아버렸어요.”

1년 전, 구미시 공단동의 상가들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오랜 기간 사용해 온 길을 땅 주인 A씨가 지나다니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A씨는 상가 주인들에게 통행료를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컨테이너를 설치해 길을 막아버렸다.

원래 이 땅은 산업용지를 분할하는 과정에서 나온 88㎡ 크기의 맹지였다. 1987년 5월, 한국산업단지공단(당시 구미수출산업공단)요청으로 구미시가 지목을 도로로 변경했고, 1년 뒤인 1988년 5월, 개인 사업자 A씨에게 팔렸다.

30년 동안 잠잠했던 이 땅은 지난해 2월, A씨가 인근 상가 주인들에게 통행료를 요구하면서 말썽을 빚기 시작했다.

문제의 땅은 개인 소유자가 있는 ‘사도’에 해당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A씨가 주민의 통행을 제한하거나 통행료를 받을 수는 없다. 결국 A씨는 교통 방해죄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인근 상가 주인들의 걱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씨의 세금체납으로 재산권을 행사하게 된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이 땅의 매각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가 관계자들은 “이 땅이 개인 소유여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며 “산단공이 이 땅을 다시 양도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땅의 등기부 등본상에는 “해당 토지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처분할 때는 공업단지관리법 제12조에 의해 구미수출산업공단에 양도하거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산당공은 “산업용지를 개인에게 매각한 것은 산단공 설립 이전에 벌어졌던 일”이라며 “해당 특약이 폐지됐고, 매입 역시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상가 관계자들은 “구미수출산업공단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그대로 편입됐고, 하는 일의 성격이 비슷한데도 산단공은 책임만 회피하고 있다”며 “국가산단 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산단공이 왜 필요한지를 묻고 싶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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