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경자청, 대구도시공사 법적 책임없다 발뺌||부동산 전문가, 안전장치 없이 부지매각….

대구 수성 의료지구에 들어설 대구 롯데쇼핑타운(이하 롯데쇼핑몰)의 철회설(본보 4월12일 1면)과 관련해 부지 개발 및 매각을 담당한 대구도시공사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하 대경경자청)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의 말만 그대로 믿고 사업이행 약속 등의 안전장치를 전혀 마련하지 않은채 부지 매각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행정은 ‘특혜’에다 ‘직무유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제의 사업장은 수성의료지구 내 롯데쇼핑몰 건립 부지 7만7천49㎡. 매매계약한지 5년째 방치 중이다.

사업이 지연되자 규모 축소부터 철회설까지 각종 소문이 돌고 있지만 추진 주체인 롯데자산개발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매각 당시 대구도시공사와 대경경자청이 사업 완료 등의 구체적인 약속을 문서화하지 않고 안일하게 땅만 넘겼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도시공사는 롯데가 입찰 방식을 통해 부지를 매입했기 때문에 분양 이후 부지에 대한 모든 결정권은 소유주에 있다는 입장이다.

대구도시공사 관계자는 “한마디로 롯데가 유통·상업용지의 땅 주인이다. 땅 주인이 소유한 부지를 재판매하거나 건물을 늦게 짓는 것에 대해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대경경자청도 롯데쇼핑몰 사업에 대한 ‘법’적인 강제권이 없다는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수성의료지구 내 산업용지는 분양 이후에도 규정에 따라 강제할 권한이 있지만 유통·상업용지는 매입·매각에 대해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산업용지는 토지계약일을 기준으로 2년 이내 건물 착공을 해야 하고 4년 내 완공해야 한다. 또 부지 매입 후 5년간 재판매는 안 되며 임대사업도 건물 연면적의 30% 이하로만 가능하다.

반면 유통·상업용지는 용도 변경 제한과 부지 분할 판매 금지 등의 규정만 있을 뿐이다. 동종의 타 기업이 쇼핑몰 사업을 하기 위해 유통·상업용지를 모두 매입할 의사만 있다면 거래가 가능하다.

대경경자청 관계자는 “롯데 측과 사업 추진에 대해 논의를 꾸준히 하고 있으나 별다른 진척은 없고 경자청 차원에서 사업추진을 강제할 법적 규정도 없다”며 “롯데가 쇼핑몰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만을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관련 기관들의 안일한 행정으로 벌어진 사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의 한 중견 개발사 임원은 “경제자유구역청과 도시공사 측이 수성 의료지구를 조성할 당시 목적에 부합했기 때문에 롯데 측에 부지를 매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예 개발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페널티를 줘야 한다”며 “법대로 했다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행정은 특혜이자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역의 한 부동산 전문가 역시 “부지 계약 당시 사업 추진 시기와 세부적인 계획안을 명확하게 하고 불이행 시 페널티 조항들을 설정했다면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롯데가 동구 이시아폴리스에 명품 아웃렛을 건립하기로 했다가 일반 아웃렛을 지어 비난을 받았던 사례도 있어 ‘제2의 먹튀’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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