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호KDI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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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의 중요성과 가치는 성경 구절만 보더라도 쉽게 확인된다. 마태복음 5장13절에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소금을 가장 가치 있는 대상을 비유하는 데 사용한 것이다. 소금이 이처럼 중요시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금은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소금은 원래 바다에서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 지역에서도 소금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이들 지역이 한때는 바다였던 지층이 융기하여 내륙에 자리 잡은 곳이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에서는 이들 소금을 얻을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가 형성되었고, 초기 도시 역시 소금을 얻을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인류보다 먼저 소금을 찾아 헤맨 것은 여타 포유동물이었다. 그리고 선사시대 야생 포유동물들이 필요한 염분을 얻기 위해 산 속 암염 지대로 이동하면서 ‘오솔길’이 형성되었다. 인류가 사냥에 의존해 살아가던 시절에는 굳이 염분을 얻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치 않았다. 사냥감 속에 축적된 염분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염분을 충분히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석기 들어 농업을 시작하고, 이로 인해 주식이 곡물 위주로 바뀌면서 소금을 보충하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더 정확히 말해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식물 속에 함유된 칼륨 섭취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소금 섭취가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그 결과 신석기 들어 우리 인류 역시 여타 포유동물들을 따라 소금 오솔길을 오가면서 필요한 염분을 보충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오래된 도로인 오솔길들이 소금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다.

인류의 초기 정착지 역시 소금을 구하기 쉬운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곳이 대부분이다. 암염 지대의 경우 암염에 물을 붓고 소금이 녹은 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채취할 수 있기에 초기 정착지로 선호되었다. 바다가 융기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짠물호수 인근 지역 역시 소금을 채취하기 용이하였기 때문에 정착지로 선호된 지역이다. 바닷가 역시 바닷물을 증발시켜서 소금을 채취하기 쉽기 때문에 대표적인 선호 지역 중 하나이다.

이 밖에 산간에 사는 수렵인이나 소금 산지와 먼 곳에 정착한 농민들의 경우, 그들이 잡은 짐승이나 농산물을 소금과 교환하기 위하여 소금 산지에 모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교역로와 중심지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독일 지명 주에는 할(Hal) 또는 할레(Halle)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하는데 이는 소금을 의미한다. 영어권에서도 드로이트위치(Droitwich), 낸트위치(Nantwich))등 위치(wich)로 끝나는 지역 이름은 한때 소금의 원천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실에서도 확인되듯이 소금 산지는 대표적인 우리 인류의 정착지 중 하나였다.

소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대표적인 교역품으로 이어져 대륙 간의 교역로를 만들어낸다. 모로코는 육로를 통해 인근 아프리카 국가와 지중해 연안 국가들에게 소금을 유통하였다. 고대 로마와 그리스는 해상로를 통해 소금을 유통하였다. 베니스는 아시아에서 들여온 향신료를 팔아 콘스탄티노플의 소금을 구하는데 거의 대부분을 소비한 기록도 있다.

위정자 입장에서도 소금은 유용한 통치수단 중 하나였다. 국민 한 사람당 정해진 가격에 따라 일정기간마다 최소량의 소금을 사도록 강제한 소금세를 활용해 통치자금을 마련한 국가들이 있는가 하면, 소금이 풍부한 지역을 국유화하여 전매제도를 시행한 국가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가벨이다. 이 제도는 여덟 살이 넘는 모든 개인으로 하여금 정해진 가격에 따라 매주 최소량의 소금을 사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영국같은 경우 국가 재정난을 벗어나기 위해 소금세를 1694년 도입했다. 그 덕분에 1697년 잉글랜드 은행은 재정곤란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중국은 유럽에 비해 일찍부터 소금 전매제를 실시하였다. 이미 춘추전국시대 제나라는 소금을 전매하면서 강성하였다. 소금 전매제도는 적은 비용으로 소금을 생산한 뒤 비싼 가격에 판매하여 국가 수입에 상당분을 차지하였다.

반대로 여러 왕조를 위협했던 세력 또한 소금을 기반으로 성장한 세력들이 많다. 당왕조는 황소의 난을 계기로 멸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반란을 지도했던 왕선지와 황소 역시 소금 밀매업자 출신이었다. 오대전촉의 왕건, 후량의 주전충 역시 염도 출신 천자였다.

생존과 관련된 소금의 가치는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캘리포니아 반도에 있는 멕시코 게레로네그는 천일염전 형태로 소금을 생산해 북미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이곳에서 천일염전으로 형성된 면적은 5만 헥타르로 서울시 면적과 맞먹는 정도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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