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여우가 눈물 흘리는 이유

김종석

기상청장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완연한 봄이 한창인 4월이다. 개나리, 벚꽃과 함께 살랑 부는 봄바람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실제 봄바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성격과 온도를 가지고 있다.

옛 속담에 “봄바람에 여우가 눈물 흘린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조상들이 방한용으로 애용하던 털을 가진 여우마저도 눈물 흘릴 정도로 봄바람이 매우 매섭고 쌀쌀하다는 것을 가리키는 속담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2009~2018) 대구 지역에 발표된 강풍주의보 17건 중 41%인 7건이 봄철에 발표되었다.

이렇듯 봄철만 되면 왜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일까? 이는 일사(日射)에 의해 따뜻해진 지면 공기와 차가운 상층 공기가 급격하게 섞이면서 공기 흐름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겨울철 차가운 공기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불어와 만나게 되면, 큰 기온차이가 생겨 강한 바람이 자주 나타나는 것이다. 게다가 아침까지 잠잠하던 바람이 해가 뜨면서 갑자기 강해지는 바람의 변덕도 심해지는 시기가 ‘봄’이다.

공기의 흐름인 바람은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향해 불어간다. 기압은 지표면을 누르는 공기의 무게로, 상대적으로 주위보다 기압이 높으면 고기압이고, 주위보다 낮으면 저기압이라 한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바람도 그러하다. 바람의 원인 자체는 단순하지만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더욱 예측이 어려운 요소이기도 하다. 바람의 세기, 즉 풍속은 기압경도력에 의해 달라지는데, 고기압과 저기압의 기압 차이가 크면 클수록 풍속은 더 강해진다. 높은 산에서 깊은 계곡으로 떨어지는 물살이 거칠고 빠르듯 바람도 주변 공기의 성질이 크게 달라서 기압차가 커지면 거칠어진다.

얼마 전 강원도 지역에 큰 피해를 남겼던 산불의 경우에도 봄철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 지형에 의한 국지적이고 강한 바람을 이르는 ‘양간지풍’이 주요 원인으로 대두된 바 있다. 양간지풍은 동해안 양양과 간성 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을 이르는데, 주로 한반도 남쪽에 고기압과 북쪽에 저기압이 자리할 때 잘 나타난다. 한반도 남쪽에 고기압이 위치하면 우리나라에는 서풍계열의 바람이 부는데, 이 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고온건조 해질 뿐만 아니라 가속도가 붙어 강해지면서 산불이 발생하거나 확산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게 되는 것이다.



봄철 부는 바람과 관련해서 꽃샘추위도 빼놓을 수 없다. 봄이 되면 겨울철 우리나라에 주로 영향을 주던 찬 대륙고기압은 낮의 길이가 길어지고, 태양의 고도가 높아지면서 세력이 점차 약해지는 계절이다. 약해지기는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세력이 일시적으로 강화되거나 확장하면서 강한 북서풍과 함께 기온을 떨어뜨리기도 하는데, 이를 꽃샘추위라 부른다. 꽃샘추위는 추위에 대한 대비가 느슨해질 즈음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거나 각종 동파피해 등으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봄 날씨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속하고 정확한 기상정보 전달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기상청에서는 국민이 안전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동네예보를 비롯하여, 각종 기상정보를 기상청 날씨누리와 각 방송매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위치정보에 기반한 ‘위험기상 알림서비스’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변화무쌍한 봄바람만큼이나 다양한 기상정보를 국민에게 직접 실시간으로 전달하여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대국민 기상정보 서비스가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기상청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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