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특별기고, 가면유희…부처님 오신날의 소고

가면유희…부처님 오신날에 부쳐

태관 스님

거조사 주지

겨울 끝자락에서 주춤거리던 봄이 발끝에 채이는 아침 이슬을 달고 여린 풀잎으로 왔습니다.

아직 코끝에 남아있는 첫 꽃향기 추억에 이끌려 행여나 하고 매화꽃 보러 갔더니 분분히 매화꽃 진자리에 노오란 민들레 하늘도 푸르게 피어 저절로 탄식과 함께 무릎을 꿇게 만듭니다.

짜고 맵듯 언제나 강렬한 것에만 길들여져있는 단세포적인 나의 기억, 따지고 보면 허망은 늘 낮고 하찮은 것을 간과하는 데에 있었습니다.

궁금한 세상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는 언론매체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상식은 이를 초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온갖 망상이 현실이 되는 요술 상자. 그 속에서 보여지는 환경은 요지경입니다.

가면을 쓴 자와 그 가면을 벗기려는 자가 대립하고 때로는 역할이 바뀌어 서로에게 총을 겨눕니다.

누가 더 났다고 할 수 없는 도긴개긴 그리하여 승자도 패자도 없는 진흙탕싸움으로 요술 상자는 하루 종일 뜨겁습니다.

진한 선글라스 하나만으로도 섣부른 흑심을 품는 데에는 한 결 마음이 편하듯 부끄러운 낯짝을 가리는 데에 가면이란 얼마나 편리한 도구인지요.

온갖 화려 찬란한 스펙을 가면으로 무장한 사람들.

현란한 기교를 다 동원하며 재물을 모으고 정의란 가면을 쓰고 비굴하게 권력을 쫓고 온갖 사회적 명망이란 가면을 쓰고 추악한 이성 관계를 탐하는 사람들 그들의 굿판에는 거룩한 목숨을 가진 자로서의 도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소승이 몸담고 있는 집안 사정도 무도(無道)하기로는 더 말할나위 없는 처지, 반들거리는 머리 우렁찬 염불소리에도 가면과 가식이었던 적이 있었으니 누가 누굴 탓하겠습니까!

부끄러운 눈물로 눈자위가 짓물렀습니다. 세상구원은 커녕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된 최근의 종교는 철저하게 죽어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너와나 도리는 없고 무한 욕심만을 앞세워 물리적인 유형의 대가를 쌓는 것이 삶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남을 생각하지 않고 나만 위한 삶을 거룩하게 볼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나란 독립된 계체가 아니라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는 전체지요, 그 전체 속에 내가 있음으로 나와 남은 전체 속에서 하나입니다.

여기에 있는 나와 저 아프리카 그 누구와는 한통속에서 연대합니다.

여기서 그물코를 잡아당기면 저 아프리카 그물코 한 자락이 딸려오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내가 아프면 그도 아플 것이고 그가 아프면 나 또한 아픈것이지요.

이러한 대동적인 삶의 방향이 우리의 지향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쌓아둔 재물이 많아도 불행은 있고 하늘을 치솟는 권력이 있어도 불안과 공포는 있습니다.

어려운 현실을 탓하며 어쩌다 절망하는 이도 있을것입니다만 평화로운 세상은 재물이 많고 적음, 권력의 높고 낮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희생과 배려, 자비로움의 충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런지요.

만약 당신께서 진정한 행복을 꿈꾸신다면 사랑과 연민 기뻐하는 마음과 절대 평등의 정신에서 그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내가 믿고 따르는 현자께서 가라사대 “진정한 너의 평화를 위하여 삼업을 청정케하라. 항상 몸뚱이를 단정하게하고 항상 마음을 단정케하고 항상 입을 단정케하라. 그러면 너의 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만약 당신의 마음이 삿되려 할 때 만약 당신의 마음이 음탕하여 할 때 만약 당신의 마음이 사악해지려 할 때 만약 당신의 마음이 부귀해지려 할 때 그때에 이르러 그 마음을 따르지 마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음이 모든 세상사를 주재합니다.

마음이 사람을 그릇되게 만들며 마음이 몸뚱이를 그르치게도하고 마음이 아라한도 되고

마음이 하늘도 되며 마음이 축생도 되고 마음이 지옥도 되며 마음이 아귀도 됩니다.

세상만사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지요.

마음이 번거로우면 세상이 번거롭고 마음이 깨끗하면 중생계 또한 맑고 깨끗하다고 하였습니다.

짧다면 짧은 인생 1막으로 가면유희를 끝낼 때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등불을 켜고 세상이치를 밝혀 본래 모습으로 환귀본처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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