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성 폐질환

70세인 한 남성은 6개월 전부터 숨이 차고 마른 기침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빨리 걸을 때만 숨이 찼는데 지금은 천천히 걸어도 숨이 차서 잠시 쉬었다가 걷기도 한다.

이 남성을 진찰한 내과 전문의는 숨을 들여 마실 때 폐에서 거품 소리가 난다며 상급병원에 가서 정밀 진단을 받아보라고 의뢰했다.

대학병원 호흡기내과에서 가슴 엑스선 사진과 고해상도 가슴 CT, 폐기능 검사, 기관지내시경 및 혈액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간질성 폐질환’의 한 종류인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진단을 받았다.

폐포와 폐포 사이의 벽을 ‘간질’이라고 한다. 이 간질 조직은 산소와 이산화탄소 등 가스가 통과하는 곳으로 우리 삶에 필수적인 호흡을 담당하는 곳이다.

‘간질성 폐질환’은 간질 조직에 반복적으로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폐 조직에 섬유화가 생겨서 딱딱하게 굳는 병이다.

간질성 폐질환 환자의 폐는 뻣뻣해지고 작아져 가스교환의 장애가 와서 숨이 차고 폐 섬유화가 심해지면 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원인과 증상

폐의 간질에 반복적인 염증과 섬유화를 일으키는 간질성 폐 질환에는 약 200가지의 다양한 질환이 있다.

가습기 살균제와 같이 원인이 밝혀진 간질성 폐질환도 있고, 특발성 폐섬유증과 같이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 특발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간질성 폐 질환은 다양한 질병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증상을 한 가지 형태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 공통적인 증상이 있다.

서서히 진행되는 호흡곤란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어떤 경우에는 마른 기침이 주된 증상일 수도 있으며 흉부 불편감과 기침할 때 가슴의 통증이 동반될 수도 있다. 쌕쌕거리는 숨소리(천명음)가 들릴 수 있으며 기관지 천식과 감별해야 한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이러한 증상은 만성적으로 천천히 진행하지만 드물게 급성으로 진행되는 간질성 폐질환도 있다.



◆진단과 치료

과거에 간질성 폐 질환은 비교적 드문 질환으로 생각되었으나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유병률이 인구 10만 명당 40여 명까지도 보고되는 등 드물지 않은 질환이다.

폐의 양쪽에 대칭적으로 만성염증과 섬유화가 관찰되면 간질성 폐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가슴 엑스선 사진에서 폐섬유화를 양측 폐 아래쪽에서 관찰할 수 있지만 초기에는 가슴 엑스선 사진에 정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간질성 폐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고해상도 가슴 CT가 가장 중요한 검사 방법이다.

폐활량과 가스교환 장애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폐기능 검사를 하고 기관지내시경 및 혈액 검사를 시행하여 다른 질환이 동반되어 있는지를 확인한다.



원인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원인을 제거하거나 피하는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 일단 폐에 섬유화가 생기면 정상으로 되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더 이상의 진행을 막는 것이 최선의 치료이다.

흡연이 폐의 염증이나 폐 기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반복되는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하기도 하고 폐섬유화를 막기 위해서 항섬유화제를 사용할 수 있으나 효과는 제한적이다.

말기의 간질성 폐질환 환자에서 폐를 제공하는 공여자가 있다면 폐 이식 수술을 하기도 한다.



◆예방 및 상식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여러 가지 환경적 유해요소가 간질성 폐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환경을 깨끗이 하고 위험 인자를 피해야 한다. 흡연과 먼지 및 분진 노출, 호흡기 감염 등이 간질성 폐 질환의 위험 및 악화 인자가 되기도 한다. 또 호흡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인플루엔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 접종도 고려한다.

Q=특발성 폐섬유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폐 조직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A=고해상도 가슴 CT가 정확한 진단에 많은 도움을 준다. 폐 조직검사를 하지 않아도 임상증상, 신체검진, 폐기능 검사와 혈액검사, 그리고 고해상도 가슴 CT에서 합당한 소견을 보이는 경우에는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Q=특발성 폐섬유증은 모든 환자에서 병이 계속 나빠진다?

A=특발성 폐섬유증은 진단 이후 약 3년의 평균수명을 보이는 예후가 나쁜 질병이다. 그러나 질병의 자연 경과는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여 예측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폐 섬유화가 서서히 진행되지만 일부에서 평생 질병의 진행 없이 지내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환자의 경우 급격한 폐 기능의 악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경과 관찰을 위해 정기적인 진찰 및 가슴엑스선 사진 촬영과 같은 검사가 필요하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호흡기내과 현대성 교수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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