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의 일기

양우조, 최선화 지음/우리나리/289쪽/1만6천 원

이 책은 딸 제시의 성장사를 중심으로 기록한 일종의 ‘육아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기는 독립운동사에 있어서 매우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 당시 임시 정부에 관한 기록들이 대부분 소실돼 버린 가운데, 1938년 7월부터 1946년 4월까지 8여 년간의 기간에 걸쳐 기록된 이 일기는 중일전쟁 당시 임시 정부가 일본의 공습을 피해 창사-광저우-류저우-치장을 거쳐 충칭으로 이동한 과정과 실상을 시기별로 정확히 알려 주는 거의 유일한 사료이기 때문이다.

부부의 일기 속에서는 중일전쟁이 한창일 무렵 하루가 멀다 하고 퍼붓는 일본군의 공습을 피해 방공호를 제집드나들 듯 하면서도 전락 속에 태어난 어린 딸 제시가 잘 자라길 바라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와 더불어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의연한 모습과 한교(한국 동포)들 사이의 끈끈한 정도 느낄 수 있다. 중국 각지를 돌며 진행된 항일 활동 중 만난 중국인들에게 대해서도 이국적인 반면 일본이란 공동의 적에 대항해 싸우며 서로 돕고 배려하는 따뜻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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