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봉 논설위원

경북 청도를 떠난 개그맨 전유성(70)씨는 지난해 9월 전북 남원시 인월면 지리산 자락에 거처를 정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남원 국립국악원에서 ‘남원으로 이사 온 전유성입니다’라는 제목의 국악 콘서트에 출연, 특유의 입담을 풀어놓았다. 그는 지난해 ‘청도 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2015년 시작)’ 준비 과정에서 청도군과 갈등을 빚은 후 곧바로 청도에 작별을 고했다.

그는 당시 얼마나 마음이 상했던지 최근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청도 얘기는 아예 하지 않으려고 했다. 꼭 필요하다면 자신과 만나 속을 털어놓고 얘기하자고 했다. 그는 현재 “데뷔 50주년 행사 준비로 여념이 없다. 청도군과 극장운영위원회에서 철가방 극장을 살리겠다고 하면 돕겠다. 하지만 ‘개나 소나 콘서트’는 손 뗐다”며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또 주위에서 말이 많아 청도 관련 인터뷰는 일절 응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코미디페스티벌은 청도군이 주최하고 전씨가 축제조직위원장을 맡아 치러졌다. 하지만 행사 준비 과정에서 탈이 났다. 청도군이 전씨를 배제한 채 별도의 기획사를 선정하고 행사를 운영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전유성 떠난 철가방 극장, 살릴 방법 없나

철가방 극장은 전씨가 떠나고 난 뒤 흉물로 남아 있다. 청도군의 위탁을 받아 극장 운영을 맡은 최희영(58)성곡권역운영위원장은 “철가방 극장은 지난해 7월 문 닫은 이후 방치돼 있고 인적이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관광객 상대로 벌이가 쏠쏠했던 지역민들만 울상짓고 있다. 최 위원장은 연예인과 접촉하는 등 철가방 극장의 공연 재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청도군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전씨와 접촉, 관계 회복과 함께 철가방 극장의 활성화 방안 찾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다. 매년 3천 명가량의 애견 가족들이 참여하는 ‘개나 소나 콘서트’는 중단 없이 오는 8월 첫 주 청도군 주관으로 개최한다.

전씨는 2007년 전원생활을 하려고 청도에 내려왔다가 2009년 반려견과 함께 하는 ‘개나 소나 콘서트’를 개최했다. 2011년 5월에는 철가방 극장을 문 열었다. 극장은 청도군과 농림수산식품부가 12억 원의 예산을 지원, 농촌종합개발사업으로 건립됐다. 개관 이후 4천400여 회의 공연에 20만 명이 찾았다. 철가방 극장은 지난해 4월 공연을 잠정 중단하고 문 닫았다.

철가방 극장은 전유성이라는 브랜드와 지자체의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의도가 맞아떨어져 탄생했다. 대 히트했고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전유성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더해지면서 농촌 마을에 관광객이 몰렸다.

-청도군수가 나서 껴안는 미덕 보일 때다

양 측이 갈라선 원인은 축제 행사 추진과정에 공무원들은 공무원대로 권한을 행사하려 했을 테고 전씨는 아이디어를 내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사업인데 자신을 배제하고 운영문제를 행정당국 마음대로 하려는 데 대해 분개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양 측이 파국으로 치달을 때까지 지자체장은 무슨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다. 군의 제일 큰 어른으로서 사태를 수습했어야 했다. 결별로 치닫게 놔둔 것은 너무 아쉬운 부분이다.

전유성은 청도가 좋아 청도를 찾아온 유명인사다. 그동안 청도군은 전유성을 마케팅에 잘 활용했다. 그렇게 전유성은 청도 사람이 됐고 청도의 자산이 됐다. 물론 거기에는 전유성의 자긍심도 한몫했을 터이다. 양 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지역에 관광객이 몰려들고 지역민들의 소득증대로 이어졌다.

지자체마다 유명인 마케팅이 한창이다. 하지만 청도군은 굴러온 복덩이를 차버린 격이 됐다. 물론 양측이 서로 양보해 타협했으면 좋았을 테지만 말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전유성도 철가방 극장에 대해서는 미련을 갖고 있다. 청도와의 11년 인연을 이렇게 끝 내기엔 몹시 아쉬울 것이다. 본인에게도 오점이다. 50년 코미디 인생을 청도에서 잘 마무리하길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제 청도군수가 나설 차례다. 진즉 달래보기라도 해야 했을 일이다. 정중한 사과와 함께 전씨를 껴안았으면 더욱 좋았을 터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게 보이도록 하지는 않으면서.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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