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몰락 방치할 건가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자영업이 몰락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폐업률이 가장 높은 외식업 자영업자들은 빈사상태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제는 잘 나가던 상권 곳곳에서도 이들의 곡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이미 자영업의 폐업률이 창업률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고, 외식업의 경우는 전체 산업의 폐업률보다 1.5배가량 높아졌다. 이것뿐 만이 아니다. 전반적인 외식산업 경기지표도 엉망이다. 불황이 장기화될 것이란 소식에 소비자들의 지갑은 꽁꽁 닫혀만 가고 외식업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폭탄에 임대료 상승, 각종 원자재값 상승이라는 삼중고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2월 통계청이 발표한 서비스업동향조사 중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94.0(2015년=100, 불변지수 기준)으로 전년(97.2)보다 3.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음식점업 생산 불변지수가 하락한 것은 실제 매출이 감소했다는 의미로 매출이 2년 연속 크게 줄고 있는 셈이다.

음식점업 매출 감소는 저소득 가구의 소득 감소를 불러왔다. 통계청 발표 지난해 4분기 가계소득동향조사를 보면 소득 차하위인 2분위(20∼40%) 가구주의 자영업 비중은 2017년 4분기 24.4%에서 지난해 4분기 19.3%로 줄어들었다. 반면 소득 최하위인 1분위(0∼20%) 가구주의 자영업 비중은 13.1%에서 15.9%로 상승했다. 2분위 가구의 자영업자 중 상당수가 소득감소로 1분위로 내려앉았다는 말이다.

외식업이 빈사상태로 접어들고 있지만 여기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은 자신들의 고통을 속으로만 삼키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소한의 직원을 고용하고 업장 내에서 실질적인 노동을 감당해야하기 때문에 단체행동을 하기도 힘들고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정부든, 지자체든 외부로부터 업종전환 등의 교육이나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급격한 시장 환경변화의 정보도 잘 모르고 당연히 준비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9일 OECD가 발간한 ‘고용전망 2019’를 보면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이 직업훈련을 받지못하는 이유로 시간부족을 꼽았다.

문제는 구조적으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매출 하락으로 고용을 줄이게 되고 자연적으로 서민들의 일자리는 계속 감소하게 되며 이들 저소득 가구의 소득은 갈수록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규모가 있는 업소들은 배달앱을 활용한다든지 매출증대를 위한 재교육을 받는다든지 등의 여력이 있지만 영세외식업 자영업자들은 지금 당장의 매출 외에 신경을 쓸 힘마저도 없어졌다.

한편에서는 포화상태에 이른 외식업 종사자 수가 이참에 적정수준으로 자연적으로 정리되어야 한다고도 생각하는 것 같다. 위험한 발상이다. 통계청의 ‘2018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OECD기준 자영업자 숫자는 688만 명으로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이 25.4%다. 이 비율을 유럽연합 평균인 15% 정도로 조정할려면 자영업자 290만 명을 줄여야한다는 뜻이다. 실제로는 어쩌면 이보다 더 많은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손해를 보면서도 그만둘 수 없어서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

당국에서는 현재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모르는 듯하다. 물론 몇몇 대책들이 발표되기는 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영세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지난해 11월 자영업자 카드수수료 경감방안을 발표했다. 얼마 전에는 금융당국이 담보부족 영세 자영업자나 성장잠재력이 있는 자영업자가 쉽게 대출받을 수 있는 6천억 원 규모의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실행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카드 수수료 경감이나 대출지원도 좋은 제도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들 영세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대책이 없다면 곧 도미노처럼 이어질 영세자영업자들에 대한 실업대책이라도 서 있나? 아니면 이들을 흡수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나? 적절한 직업훈련을 제공할 특별한 정책이 준비되어 있나?

대표적인 서민 자영업종인 영세외식업이 빈사상태다. 조용히 눈물만 삼키고 있다. 이들의 몰락을 지켜보기만 할 건가.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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