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사건파일) 대구 빌라에서 흉기에 수차례 찔린 50대 남성 사망

단 하루도 술 없이는 버틸 수 없었다. 매 순간을 술기운에 기대어 살았다.

A(56)씨의 술에 대한 의존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졌다. 지인의 권유로 알코올중독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지만 술의 유혹을 떨치기란 쉽지 않았다.

병원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알코올중독을 앓는 B(48·여)씨를 알게 되면서는 함께 치료를 받으며 회복되는 듯했다.

동병상련의 정은 만남으로 이어졌고, 1년여가량 흐른 후에는 한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함께 살면서 둘의 알코올중독 증세는 도리어 심각해져만 갔다. 소주 10병은 앉은 자리에서 거뜬히 해치웠고 집에는 소주병 50병이 나뒹굴었다.

항상 술에 취해 있던 둘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로 동네를 돌아다니는가 하면 길바닥에 드러누워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둘이 살던 집 현관문은 늘 열려 있었고, 열린 문틈 사이로 코끝을 찌르는 술 냄새가 진동했다.

지난달 29일 역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현관문은 열려 있었고 어김없이 술 냄새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심상찮은 기운이 감돌았다. 빌라 주인은 열려 있는 현관문 너머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어지럽게 놓여있는 술병 사이로 A씨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그 곁에는 B씨가 만취해 넋이 나간 채로 누워있었다.

지난달 30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4분께 남구 이천동 한 빌라에서 A씨가 자해했다는 이웃 주민의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복부와 심장 쪽을 다쳐 과다출혈로 숨졌다.

B씨는 “생일상을 안 차려 준다며 신세를 한탄하기에 나가려고 하자 흉기를 가져와 갑자기 자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현재 진술 조사 후 알코올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 중이다.

경찰은 “B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타살의 단서와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자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진행하는 등 면밀한 수사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아영 수습기자 ayoungoo@idaegu.com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구아영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