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심장소리 닮아 끌려 늘 창작하는 예술가 되고파”

<19> 타악기 연주자 이상준

향토문화청년(19)타악기 연주자 이상준

심장 박동소리를 닮은 타악기에 매료돼 타악기연주자가 된 이상준씨.
오케스트라에서 타악기 연주자를 보고 클래식 초보자들은 ‘나도 치겠다’는 생각을 쉽게 가진다. 다른 악기에 비해 연주 시간이 짧은 데다 주법도 간단해 보이기 때문이다.

수십 명이 함께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타악기는 주요 선율을 담당하는 현악기나 관악기에 비하면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음악의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최고조에 다다르게 하는 팀파니나 베이스 드럼과 같은 타악기의 역할은 그 어떤 악기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연극 무대에 비유해 설명하면, 타악기는 극의 주연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주연 못지않게 인상적인 조연을 맡고 있는 것이다.

타악기 연주자는 팀파니, 비브라폰, 마림바, 스내어드럼 등 두드릴 수 있는 것은 모두 섭렵해야 한다.

마림바나 비브라폰과 같이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말렛 악기(Mallet Instrument)는 솔로 악기로도 유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상준(32) 연주자는 ‘멀티맨’이다. 그의 연습실에는 팀파니, 비브라폰, 마림바, 스내어드럼 등 많은 악기가 놓여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는 악기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어렵고 돈도 많이 드는 악기”라고 소개하며 웃었다.

그는 1번의 무대를 위해 한 달이 넘는 시간을 고민하고 해석하고 연습해야 한다고.

“그 시간이 힘들어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잠깐하지만 무대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그 시간 때문에 계속 연주자로 살아갈 수 있는 거 같다.”

지난해 독일에서 귀국 후 타악기 연주자로 굵직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상준은 ‘타악기 작곡가’가 꿈이라고 했다.

실제 그의 무대는 일반 타악기 연주자의 무대와는 조금 다르다. 그의 연주회는 기존 곡들에 이상준의 색깔을 입혀 편곡한 곡들로 이뤄진다. 클래식부터, 재즈, 대중가요까지 곡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직접 작곡한 곡들도 15곡에 이른다. 솔리스트로도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지만 피아노,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들과 앙상블도 즐긴다. 현재 CM오케스트라 수석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러두고 재미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며 “기술가가 아니라 예술가가 되고 싶어서 늘 창작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클래식을 좋아하셨던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클래식을 익혔다.

가장 먼저 배운 악기는 피아노였다. 3형제 중 막내였던 그가 태어난 날 아버지는 피아노를 사주셨다고.

근데 왜 타악기였을까. 그는 “피아노를 너무 좋아했지만 막상 입시로 피아노를 하려니 스트레스가 심했다. 피아노를 평생 업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못했었다”고 했다.

인문계를 진학하겠다고 결정한 후 우연히 접한 악기가 타악기 마림바였다.

이상준 연주자가 마림바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
“재미있었다. 피아노보다 흥미로는 요소가 너무 많았다. 클래식 악기지만 팝과 재즈 등을 모두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심장 박동소리를 닮은 타악기소리에 매료돼 스틱을 잡기 시작했고 타악기 전공으로 경북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타악기에 입문했다. 그후 영남대, 계명대, 한국음학협회 등 여러 콩쿠르에 입상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영남대학교오케스트라, 대구스트링스, 공군군악대 등 여러 연주단체와의 협연으로 솔리스트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며 전문 퍼커셔니스트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영남대학교 졸업 후에는 독일 에센국립음악대학교에서 전문연주자과정을 마쳤다. 최고점으로 입학하고 졸업도 최고점으로 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카롤 리핀스키 음악원의 국제현대음악 앙상블 프로젝트 타악기연주자로 초청받아 연주했고, 독일 여러 독립음대의 교수진으로 구성된 E.MEX 앙상블에 객원으로 초청되기도 했다. 살아있는 거장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감독하에 Essen필하모니에서 열린 대규모 오케스트라 프로젝트에 타악기 연주자로 참여하는 등 오케스트라와 실내악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경험을 쌓았다. 또 세월호 추모를 위한 곡 등을 만드는 등 다양한 창작활동도 했다.

스내어드럼을 연주하고 있는 이상준 연주가 모습.
독일에서 더 공부하고 싶었지만 또 다른 삶의 기대감으로 한국에 돌아왔다는 그는 “한국에서 내가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며 “독일에서 쌓은 음악적 지식을 한국에서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도 전했다. 이씨는 “오는 18일 콘서트하우스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주 공연이 예정돼 있다. 또 6월에는 사회소외계층을 위한 자선음악회도 예정돼 있다. 공연 후 독일에 간다. 함께 유학했던 친구와 앙상블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타악기가 대중적인 악기지만 사람들이 잘 모른다. 사람들이 타악기에 대해서 많이 관심을 가지고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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