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제50사단 정비근무대 수송중대 황진섭 원사

“군 입대 후 부모님께서 첫 면회를 오실 때가 생각납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가져오신 시루떡 한 덩이에 온 가족이 눈물을 흘렸죠.”

육군 제50사단 정비근무대 수송중대 황진섭(53) 원사는 부모님만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고 했다.

시각장애 4급인 아버지(76)와 지체장애 2급인 어머니(79)를 둔 황 원사는 4년 전 강원 춘천의 한 부대에서 부모님이 계신 대구로 전근 왔다.

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지면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까지 직접 돌보기 위해서였다.

황 원사는 “11년 전 춘천의 한 부대에서 근무했을 당시 부모님을 모시려 했지만 한사코 거절하셨다”며 “자식이 군인으로서 책무를 다하는 데 자신들이 짐이 될까 봐 아들을 감싸 안아 주셨다”고 말했다.

군 생활을 시작한 것도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부모님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게 해드리기 위해서였다.

어머니는 눈이 성치 않았던 아버지를 도와 지속하는 생활고를 이겨내고자 폐물자 재생공장 등에 다니셨다. 1980년 어느 날, 어머니는 공장 기계에 몸이 말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고 결국 한쪽 다리를 절단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황 원사는 ‘가정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 군 장학생에 지원해 19살부터 군 생활을 시작하며 가족에게 보탬이 됐다. 고등학교 졸업식 당시 졸업앨범조차 구입하지 못했다”며 “그 흔한 가족사진도 없다. 부모님께서는 아직도 내 손을 꼭 쥐며 ‘미안하구나’라고 말씀하실 정도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황 원사는 군 입대 후 첫 월급으로 가족끼리 함께 돼지고기를 먹었던 시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었을 때 좀 더 철이 들지 못해 부모님께 드린 선물은 고작 신문지에 묶어 가져온 삼겹살 한 근이 전부였다는 것.

그는 “부모님은 고기가 입에 맞지 않는다며 드시질 않았다. 자식에게 맛난 음식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인 걸 아이를 낳아 기르며 알게 됐다”며 “젊은 시절 어머니는 항상 낡은 의족에 의지한 채 생활했다. 워낙 검소하게 사신 분이라 본인의 다리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2022년 전역 후 부모님과 함께 영천이나 경산 등지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것이다.

황 원사는 “아내와 딸이 모두 이해해 줘 고맙고 부모님과 속마음을 터놓고 지낼 정도로 화목하게 지내줘 고맙고 기쁘다”며 “부모님께 좋은 옷, 좋은 음식을 더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오랫동안 정정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황진섭 육군 제50사단 정비근무대 수송중대 원사.
▲ 황진섭 육군 제50사단 정비근무대 수송중대 원사.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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