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효광 스님

▲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효광 스님은 배려할 때 어려운 위기를 극복하고 함께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효광 스님은 배려할 때 어려운 위기를 극복하고 함께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12일이 불기 2563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대한불교조계종 부처님 오신 날 봉축위원회는 올해 봉축표어로 ‘마음愛 자비를! 세상愛 평화를!’을 선정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갈등을 부처님의 자비정신으로 극복하고 한반도의 온전한 평화가 자리 잡기를 기원하는 의미다.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효광 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려’를 강조했다. 어렵고 힘든 시기 나를 생각하는 이기심 대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때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살게 된다는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는?

△부처님이 태어나실 때 하신 탄생게인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唯我獨尊 三界皆苦我當安之)라는 말이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여기에서 유아(唯我)란 분리된 나가 아닌 전체와 연결된 나를 표현하는 것으로 좁은 의미에서 내가 아니라 우리 모든 생명체 개체가 존중받아야 할 귀한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는데 있고 나, 또한 고통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괴롭고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을 마땅히 편하게 하리라는 대자비를 표현하는 것이다. 모든 존재와 함께 더불어 공동체의 공동선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갈등과 분열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정치적 갈등은 최근 극에 달했다.

△팔을 양쪽으로 펼쳐 보면 손은 양쪽으로, 극과 극으로 나뉘어 멀어지게 된다. 손만을 보면 서로 반대이지만 크게 보면 다 내 몸이다. 모든 세상이 하나로 되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모르고 겉만 보니까 서로 반목의 대상이지 알고 보면 서로 사랑과 은혜의 대상이다.

국가 사회가 평화롭고 잘산다면 누가 한들 어떠냐. 꼭 내가 해야 한다는데 서 반목과 갈등이 일어 나는 것이다. 자신에게는 철저해도 남에게는 관대할 때 좋은 세상으로 가는데,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도 남에게는 철저하게 적용하면 다툼은 시작된다. 그것은 결국 공멸(共滅)이다. 대립과 반목, 갈등은 자기의 관점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어둡다 캄캄하다 안 보인다 하는 것처럼 눈만 뜨면 대명천지 밝은 세상이다. 아름다운 꽃 세상인데, 눈을 감고 보니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것이다. 그런 이치를 알면 다툼이 생길 이유가 없다.

-경제상황이 많이 어렵다.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어려운 시기 종교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더 가지려는 범부의 욕심과 욕망에서 양극화는 시작 되는 것이다. 예전에 운거도응 선사가 사람들에게 말했다. “우리 집에 솥이 하나 있는데 떡을 쪄서 세 사람이 먹으면 모자라는데, 천 명이 먹으면 남는다. 이것이 어떤 도리인가.” 모두가 묵묵부답이자 도응선사가 설명했다. “쟁즉부족(爭卽不足)이요, 양즉유여(讓卽有餘)라. 다투면 부족하지만 사양하면 남는 법이다.” 경전에 돈이나 명예나 권력이 히말라야 산처럼 많아도 한 사람의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했다. 다투면 부족하다. 그러나 서로 사양하면 남는 법이다. 양보하는 것이 당장은 바보짓 같고 손해인 것 같겠지만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서로 초심으로 돌아가서 사양하면 금세 모두가 잘 사는 사회가 되는데, 그 순간을 넘기지 못하는 것 같다. 양보하는 것이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가 양보하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

△대구·경북이 지금 많이 어렵다. 지역민들과 청년들에게 용기의 한마디를 한다면

신라 수호산인 오악(五岳)중 중악(中岳)인 팔공산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삼국통일의 주체였고 동력이었다. 특히 대구경북은 그런 자존적 DNA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 민족, 우리 역사에 대한 소명감을 느껴야 한다. 팔공산 주변 세력이 삼국통일의 동력이 되었듯이 한반도 통일 시대에도 큰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대인(大人)이 되어야 한다. 길이 설령 다르더라도 화합하는 사람은 대인이고, 한 길 한 배를 타고 가면서도 화합하지 못하면 소인이다. 초목이 어지러이 있는 것 같아도 서로 다양성을 인정해 주며 어울려서야 숲을 이루는 법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힘든 것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힘들수록 호흡을 조절하고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럴수록 칼을 갈 듯이 능력을 키워 가야 한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 했다. 칼을 갈아두면 반드시 쓰일 때가온다. 그러나 칼을 갈아 두지 않으면 써야 될 때 쓰지 못하니 천추의 한이 된다. 힘들다고 조급해하다 보면 판단을 그르치기 쉽다. 자세히 보면 새끼줄인 줄 알 수 있는데, 뱀으로 오인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민들에게 하실 말씀은?

△불기자심(不欺自心)이라 했다. 남에게는 손톱만큼 속아도 분기(憤氣) 탱천(撑天)하면서, 자신에게는 태산만큼 속아도 속는 줄도 모르고 분노할 줄도 모른다. 자신에게 속지 않을 때 남에게도 속지 않고 모든 일에 패착(敗着)을 두지 않는다.

상대를 서로 먼저 배려할 때 지금은 내가 손해보고 바보가 되는 것 같아도 결과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살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극락과 지옥의 차이가 모든 조건은 똑같은데 긴 숟가락을 사용하는 단순한 용심(用心)에 따라 극락과 지옥이 갈라지는 우화(寓話)와 같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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