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준항대구기상지청장 전준항
▲ 전준항대구기상지청장 전준항
날씨가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세계 경제의 약 80%가 날씨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의 날씨에 따라 상품의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하며, 산업 현장의 업무 일정이 조정되기도 한다. 이제 날씨는 ‘내일 우산을 챙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든지,‘소풍을 갈 수 있을까, 없을까’라는 고민을 해결해 주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다. 곧바로 ‘돈벌이’와 연결될 수 있는 ‘종목’이 된 것이다. 맑은 날씨가 무조건 모든 이들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며, 궂은 날씨라고 기업 활동에 나쁜 영향만 주는 것도 아니다. 날씨 정보는 활용하기에 따라서 악천후도 더없이 좋은, 기업의 무형 자산으로 바뀔 수 있다. 결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이 날씨를 사회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날씨에 따라 먹거리나 옷차림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업과 상인들은 날씨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한다. 날씨 마케팅이란, 날씨나 계절에 따른 소비자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고 예측해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한해의 여름이 무더우면 냉방용품 회사의 판매량은 늘어나 즐겁겠지만 우천 관련 상품 회사는 실적이 내려가 우울해진다. 또 한해 겨울이 따뜻하면 서민들은 난방비가 절약되어 좋지만, 난방기구나 겨울옷 회사의 적자 폭은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날씨는 산업 환경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과연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까? 콜라는 사이다보다 기온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더울수록 판매량이 늘어난다. 기온이 18℃가 되는 때부터 판매량이 증가하기 시작하여 25℃가 넘으면 판매량이 급증하는데, 1℃ 올라갈 때마다 콜라는 약 15%, 사이다는 약 10% 비율로 늘어난다. 맥주 소비량도 날씨에 따라 좌우된다. 맑은 날의 소비량을 100으로 할 때, 흐린 날은 92, 비가 오면 79로 떨어진다고 한다. 맑고 더운 날은 최고기온이 1℃ 올라갈 때마다 맥주 소비량은 4%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아이스크림과 같은 빙과류업계는 계절의 영향을 다른 산업보다 많이 받게 되는데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급증하며, 한 해 판매량의 70% 정도가 7~8월에 팔린다고 한다. 하지만 우유, 요구르트와 같이 우유를 가공하여 만든 유제품은 빨리 상하기 때문에 더운 여름에는 오히려 매출이 줄어든다고 한다.

또한, 여름철에는 전기소비량도 급증한다. 그런데 이 급증하는 전기 소비량의 25% 정도는 냉방을 하는 데 사용된다. 냉방에 사용되는 전기 소비량은 기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며, 일 평균기온이 24℃를 넘으면 점차 소비량이 늘기 시작해서 기온이 30℃를 넘으면 급증한다. 에어컨의 경우 전기 소비량이 선풍기의 약 30배이며, 실내 온도 1℃를 낮추는데 7%의 전기가 더 소비된다고 한다.

날씨는 건설 분야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날씨가 나쁘면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 공사는 중단되며, 공사 기간이 길어지게 되어 건설 업체는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입게 되기 때문에 건설 업체에서는 장기적인 날씨 정보까지 포함하여 미리 확인해 공사시기를 결정한다.

모두가 좋아하는 놀이공원도 날씨에 따라 관람객의 숫자가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날씨가 맑은 화창한 주말에는 관람객들이 많이 몰려들지만, 비가 오거나 눈이 와서 날씨가 나쁘면 관람객들이 줄어든다. 그래서 놀이공원을 운영하는 업체에서는 날씨에 따라 먹거리의 양과 놀이공원 운영에 필요한 직원들을 조절하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먹거리의 양과 직원을 늘리고, 날씨가 나쁘면 먹거리의 양과 직원을 줄인다. 또 그해 여름이 무척 더울 것으로 일기 예보가 발표되면, 가전제품 회사에서는 냉방기기 등을 예년보다 생산량을 늘려서 만들어 판매한다.

이제는 날씨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될 만큼 날씨정보의 사회경제적 가치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날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지고, 기상이변이 자주 발생함에 따라 날씨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날씨정보를 활용해 생산과 매입량을 조절해 손실에 대비하거나, 날씨와 관련한 이벤트를 열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도 한다.

날씨는 많은 이들의 기분을 좌우시키기도 하고, 나쁘게는 재해를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높은 가치를 가진 자원이다. 날씨정보의 활용 여부가 기업이나 중·소상인들의 경영에 큰 영향을 준다. 이처럼, 고부가가치의 날씨 정보를 마케팅에 잘 활용해 지역민들의 경제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해본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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