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세 될 무렵 치매 증상 보여 그때부터 어머니 위한 삶 살기 시작해||지금처럼 행복하게

“어머니의 치매 증상을 발견한 시점부터 제 삶을 새롭게 돌아보는 터닝포인트가 됐습니다.”

정원복(57)씨는 13년 전 어머니 문대전(111)씨의 치매 발견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문씨는 대구 북구에서 최고령 선거투표자로 유명인사다.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도 109세의 나이로 직접 투표를 해 화제가 됐다.

문씨는 자신의 손발과 마찬가지인 아들 정씨와 함께 살고 있다.

정씨는 어머니의 치매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주말마다 함께 산을 찾는다. 어제는 50m를 걷고 오늘은 100m, 내일 200m 등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나갔고 2014년부터 치매 증상이 거의 호전된 상태다.

30대에 이혼하고 그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한 정씨는 사업에만 관심 있는 아들이었다. 늘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날이 이어졌다.

어머니가 98세 때다. 정씨가 어느 날 퇴근길에 집에 돌아와 인사를 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조용히 방문을 열어보니 방안은 대소변으로 엉망이었고 어머니가 처음 보는 사람을 보듯 “누구세요?”라고 되물었다. 치매였다.

정씨는 “치매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처음 알게 됐고 바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며 “처음 어머니의 치매를 알게 됐을 때 너무나 충격이었다. 사업을 한다는 핑계로 연로한 어머니를 방치하다시피 했다”면서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후 정씨는 모든 개인적인 삶을 버리고 오롯이 어머니 문씨만을 위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가사일부터 치매 치료를 위한 통원까지 모든 일을 도맡아 했지만 돌봄 한 달 만에 한계에 부딪혔다.

정씨는 “막상 가정 일을 해보니 육체적으로 힘들었고 어머니를 돌보는 것은 정신적으로도 지치기 시작했다”며 “요양원에 보낼 결심을 했는데 그 얘기를 들은 어머니가 나를 원망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것을 보고 결국 포기했다. 아직도 그 눈빛은 잊을 수가 없다”고 전했다.

정씨가 어머니를 돌보면서 가장 즐거울 때는 목욕을 시켜드릴 때라고 했다.

그는 “씻는 사람도 씻겨주는 사람도 몸과 마음이 모두 정갈해지는 느낌이라 목욕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며 “효도는 별 게 아니다. 그저 말동무가 되고 눈과 눈을 마주치면서 스킨십하는 게 최고의 효도다”고 말했다.

정씨는 “부모는 자식의 효도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며 “개인적으로 어머니가 10년 정도만 더 계셔서 충분히 효도할 기회를 줬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앞으로도 우리 어머니와 늘 행복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정원복(57)씨가 어버이날을 맞아 어머니 문대전(111)씨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정원복(57)씨가 어버이날을 맞아 어머니 문대전(111)씨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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