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환
객원논설위원
흔히 ‘인사가 만사’라 한다. 사람을 잘 쓰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이다. 이 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즐겨 썼다. ‘머리는 빌릴 수 있으나 건강은 빌릴 수 없다’는 말과 짝을 이루어 인구에 회자되었다. 머리가 부족하면 인재를 잘 찾아 쓰는 것으로 해결이 되나 건강은 본인이 잘 챙기지 않으면 남에게 의지할 수 없다는 의미다. 기본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다양한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급변하는 환경에서 현명한 지혜를 발휘할 수 있고, 그런 바탕에서 비로소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여서는 안 된다. 후자는 기본은 갖추고 있어야 성립한다. 어쨌거나 인사를 잘 하면 만사가 잘 된다는 말은 어느 정도 맞다.
거꾸로, 만사가 엉망이면 인사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 나랏일이 엉키고 시끄러운 원인은 정부의 인사가 잘못된 탓이다. 대통령이 전문적이고 복잡한 디테일을 잘 알 수 없고 미주알고주알 잘 알아야 할 필연성도 없지만 정부 각 부처의 장관과 참모진을 제대로 꾸려갈 수 있는 능력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각 부처에 적합한 장관과 유능한 참모진을 발탁하는 일을 1단계라 한다면, 정책을 평가하여 채택할 것인지 아니면 기각할 것인지 판단하는 일은 2단계다. 인재 발탁이 잘못 되면 다음 단계의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 풀에서 최적임자를 골라내는 선구안은 리더의 필요조건이다. 선거 캠프에서 코드가 맞는 사람들만을 골라 쓰는 행태는 자신의 쪼잔한 스케일을 고백하는 징표다. 전문가 풀 중에서 코드에 맞는 사람을 골라 쓰는 사람은 그나마 조금 낫다. 무능한 사람들에게서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좋은 정책이 제안된다고 해도 가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데 애초 엉뚱한 정책이 입안되어 올라오고 참모진마저 제대로 보좌할 능력이 없는 상황은 거의 절망적이다. 인사가 기본이다.
공직을 당선인이 빚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자리로 인식하게 되면 사람들은 전리품을 노려 유력한 쪽에 미리 줄을 서게 한다. 진영을 짠다. 지금 우리 시회가 그렇다. 대통령부터 시장·군수·구청장에 이르기까지 산하 공직을 전리품으로 여기고 자기사람들을 붙들어두는 방편으로 자리를 나눠먹고 있다. 민간단체 미관말직까지 내정인사로 채우는 현 상황은 나라다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공직에 몸담은 사람, 공직에 뜻을 둔 사람, 모두 줄을 서도록 등 떠미는 분위기다. 대통령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최종책임자다. 솔선수범해야 할 사람이 편을 가르고 코드 인사를 하며 불법이나 편법으로 자기 사람을 박아 넣으니 모든 선출직 단체장들이 너도나도 이를 본받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능력 위주로 해도 감당하기 힘든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무능한 측근을 주요 공공기관에 꼽는 행태는 반드시 손봐야 할 적폐다. 만사가 엉망이다. 국민의 삶은 팍팍하고 국가의 명운은 암울하다. 인사쇄신이 당장 화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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