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대구일보 가정의 달 시리즈, 헌신과 희생의 이름으로 (5·끝) 42년간 장애인 아들 지킨 어머니, 김태선씨

-뇌병변 장애 가진 아들 허준호씨를 보살핀 김태선씨

“못 견디게 괴로워도 울지도 못하고, 그 누가 알아주나 기막힌 내 사랑을….”

김태선(70·여)씨는 유행가 ‘울어라 열풍아’ 가사를 조용히 읊조렸다.

42년간 뇌병변 장애(지체 장애 1급)를 가진 아들 허준호(42)씨를 돌본 그에게 이 노래는 슬퍼할 새도 없이 보낸 세월의 위로였다.

아들의 뇌 손상 소식을 접하고 받아들이기까지의 시간을 떠올리면 좌절과 아픔의 연속이었다.

김씨는 “아들을 낳고 뇌 손상에 대한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세상의 모든 축복을 받은 것만 같았다”며 “준호는 태어난 지 6개월이 지나도 잠을 자지 않고 울기만 했다. 젖을 빨지 못해 뒤척이는 자식의 모습을 바라보는 어미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떠올렸다.

아들만 셋을 둔 김씨는 강한 어머니였다. 오전 2시 준호씨가 잠자리에 든 후에야 겨우 네 시간 쪽잠을 청할 수 있었다. 20여 년간 몸이 불편한 아들을 지각 한번 없이 학교에 보낼 수 있었던 것도 강인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형편이 어려워 집까지 일감을 가져와 자식들이 잠이 드는 오후 10시부터 가내수공업을 시작했다”며 “첫째와 막내가 준호를 더 챙길 수밖에 없는 어미의 마음을 이해해줘 고마웠고 형제간의 우애도 깊어 수십 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속하는 지독한 생활고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았다. 며칠 밤잠을 설쳐 어린 준호씨를 데리고 대구의 한 장애인 보호시설로 향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들을 맡기자마자 주저앉고 1시간을 울었다. 준호가 너무 보고 싶었다”며 “‘죽어도 같이 죽고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키워내리라’ 다짐했다. 내 뱃속에서 나왔으니 평생 가슴에 대못을 박고 살겠다는 마음으로 아들을 다시 데려왔다”면서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후 김씨는 더욱 강해졌다. 사회복지사가 꿈인 아들의 소원을 이뤄주고자 대학에 진학시켰다.

세상 물정 모른다는 주위의 질타도 이어졌다. 하지만 단지 어머니로서 자식의 앞날을 열어주고 싶을 뿐이었다.

그는 “준호는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98학번으로 입학했다. 내 평생 준호를 위해 살면서 가장 보람찬 일이다”며 “학비 걱정에 고생한 일은 한순간이었다. 학사모를 쓴 아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김씨는 꿈은 아들보다 더 오래 사는 것이라고 했다.

아들이 더 이상 아프지만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삶이라고 답했다.

그는 “9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아들이 크게 다쳐 몸이 더 안 좋아진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진다”며 “내 옆에서 나를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고마운 아들이다. 여생을 아들과 함께 이웃에게 베푸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42년간 장애인 아들을 지킨 김태선씨와 아들 허준호씨.
42년간 장애인 아들을 지킨 김태선씨와 아들 허준호씨.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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