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아침논단…대구만의 카멜레존을 기대하며

대구만의 카멜레존을 기대하며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얼마 전 대구에서 울산으로 옮긴 지인의 빵집을 찾아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대구에서도 유명백화점을 비롯해 몇 개의 매장을 운영하던 꽤 알려진 빵집이었다. 때문에 울산 어느 지역에 어떤 컨셉으로 시작했을까 궁금했었다. 하지만 막상 두 눈으로 확인하고는 너무나 획기적인 공간 구성에 충격이 컸다.

공식적인 명칭은 ‘뱅킹 위드 디저트’. 은행 영업점과 빵·음료를 판매하는 베이커리가 한 공간 내에 있는 특화점포였다. 두 업종의 매장 사이에 아무런 공간구획이 없는 것은 물론 출입문까지 같이 사용할 만큼 은행과 지역의 유명 베이커리 간의 완벽한 결합이었다.

전혀 다른 업종 간에 협업공간을 공유하는 이 모델처럼 공간이 재탄생하고 있다. 이것을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선정한 2019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에 비춰보면 카멜레존(Chamelezone)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카멜레존은 ‘카멜레온’과 공간을 의미하는 ‘존(zone)’을 합친 단어다. 주변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처럼 현대의 소비공간들도 자유롭게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삼성동의 코엑스몰이 스타필드로 이름을 바꾼 후 새롭게 선보인 ‘별마당 도서관’. 쇼핑몰 가운데 도서관인지 쉼터인지 카페인지 경계가 모호한 랜드마크 공간인 이곳이 죽어가던 코엑스몰을 살려냈다. 유통공간이 카페로, 도서관으로, 책방으로, 때로는 전시회장으로 자유롭게 변신하는 대표적 사례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김난도 교수에 따르면 공간의 재탄생 방식은 여러 가지다. 시간대에 따라 업종이 바뀌는가 하면 다른 업종과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도 하고 흉물처럼 버려진 공간이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별마당 도서관의 성공 이후 술을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와 은행이 한 공간 내에서 결합되기도 했다. 하나의 공간 내에 다양한 업종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의 탄생도 카멜레존의 대표적 유형이다.

그러나 카렐레존의 선봉은 단연 카페와 편의점이다. 특히 카페는 무한변신 중이다. 북카페, 스터디카페, 애견카페, 키즈카페에 이어 요즘은 꽃집과 카페, 빨래방과 카페의 조합까지 생겨나는 등 고객의 발길을 끌 수 있는 공간의 변신이 활발하다. 편의점도 24시간 생활용품 판매 의미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의 거점으로 공간이 진화하고 있다. 빨래가 가능한 편의점부터 식당, 카페, 약국, 택배가 가능한 만능공간으로 확장해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별마당 도서관’이 명소로 부상하며, 주변 상권의 매출까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자 침체된 영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으로 카멜레존이 주목받고 있다. 김 교수는 온라인 시장에 고객을 빼앗긴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의식 때문에 이런 변신이 생겨난다고 했다. 이는 온라인으로 옮겨 탄 고객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오프라인 매장들의 변화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은행 안의 카페도, 미용실 안의 마사지샵도 결국은 생존이라는 비상구를 찾아가는 변신인 것이다.

젊은 층에서도 온라인이 주지 못하는 오프라인만의 매력과 재미를 찾아 나섰다. 최근 대구에 잇따라 등장한 옛 공장건물을 활용한 카페엔 젊은 층의 고객들로 넘쳐난다. 심지어 공장을 컨셉으로 새로 건물을 지은 커피 프랜차이즈에도 젊은 층이 몰린다. 카멜레존의 효과다. 김 교수의 말처럼 아무리 온라인이 발달해도 재미가 있고 신선한 곳이면 사람들이 찾기 마련인가 보다.

민간부문에서 일어나는 이런 단순한 공간변화는 살아남기 위한 오프라인 매장들의 눈물겨운 흔적이다. 하지만 공적인 부문에서의 카멜레존이라면 달라야 하지 않을까? 물론 대구 도심에 흉물로 방치됐던 연초제조창이 대구예술발전소로 거듭난 것이나 대구 북구 침산동 구 제일모직 부지에 조성된 삼성창조캠퍼스는 대표적인 공공부분의 카멜레존 사례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꼭 가봐야 할 곳이거나 외지인의 대구관광 일번지가 될 만한 카멜레존이 있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전시 또는 판매, 유통 공간을 넘어 대구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변신하는 카멜레존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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