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발생한 대구 인터불고 호텔 화재는 정신질환을 앓던 방화범이 마약까지 투여한 후 환각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우리 사회의 정신질환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16일 방화범 A씨(55)에 대해 현조건조물방화치상,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A씨와 가족들은 20년 전부터 과대망상 등의 정신질환을 앓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입원 치료는 받지 않았다.

A씨는 지난 15일 오전 9시24분께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 별관 1층 휴게실에 불을 질러 재산피해와 함께 투숙객과 종업원 등 26명을 다치게 했다.

대구시민들은 호텔 방화 소식에 깜짝 놀랐다. 대구시민들은 대구지하철화재 참사의 뼈아픈 기억과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다행히 호텔 화재가 큰 피해 없이 진압돼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화재는 호텔 측의 신속 대응으로 조기 수습됐지만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 화재를 계기로 호텔 등 다중집합시설의 화재점검 등 안전에 더욱 신경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정신질환자 관리를 위해 더욱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요구된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2003년 2월 대구 중구 중앙로역에서 50대 지적장애인이 저지른 방화로 일어난 대형 지하철 화재다. 출근길 시민 192명(신원 미확인 6명)이 숨지고 148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끔찍한 방화사건을 경험한 대구시민은 이후 방화에는 거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정도다.

지난달 17일에는 진주에서 조현병 환자가 방화 후 칼을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는 등 정신질환자 방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는 현재 중증정신질환자가 50만 명으로 추산된다. 보건복지부는 인터불고 호텔 화재가 발생한 지난 15일 조현병, 조울증 등을 앓는 ‘중증정신질환자의 보호·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방안’을 내놓았다.

진주 사건이 계기가 됐다. 올 하반기부터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응급환자를 24시간 진료할 수 있도록 하고 17개 시도에 ‘응급개입팀’을 설치, 긴급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정신질환자는 24시간 대응하고 응급개입팀이 야간과 휴일에도 출동해 조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이번 인터불고 호텔 방화사건에서 보듯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정신질환자는 사회의 흉기다. 언제, 어디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 정신질환자는 조기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관건이다. 정부의 조치가 빨리 정착돼 국민들이 불의의 사고로 위험에 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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