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호KDI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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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incentive)란 어떤 행동을 하도록 사람을 부추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극을 의미한다. 인센티브에 대한 영향은 인류가 처음 태동한 이후부터 줄곧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음악이라는 예술 장르의 형성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초기 음악을 형성하고 발전시켜 왔던 주된 동인은 동료와의 의사소통을 위해서였다. 원시인들 역시 동료와의 의사소통은 생존을 위해 중요했다. 맹수 등 외부로부터의 위험을 알려야 하고, 사냥이나 농사일에 성과를 낸 동료를 격려해줘야 했다. 이 과정에서 원시인들이 먼저 선택한 방식은 ‘말’이 아니라 ‘음악’이었다.

이는 음악이 우리에게 의사소통을 위해 말보다 먼저 등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류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이 목소리를 통해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8만년 전이지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50만 년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원시인들은 당시 낼 수 있는 소리가 모음들에 지나지 않아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인간은 모음은 비교적 쉽게 발성할 수 있지만, 자음을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훈련을 요구한다. 그렇다고 자음을 체계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역량 또한 전무했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것은 음악이었다.

그들이 낼 수 있는 발음인 모음을 높은 음역대로 발음하거나 반대로 낮은 음역대로 발음하면서 구분된 의사표현을 하려고 노력했으며, 모음을 길게 발음하거나 짧게 발음하기도 하고, 억양 등을 넣어 가면서 다양한 표현 방법을 구사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음정과 박자의 원시적 형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모음의 높낮이, 장단을 과연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하고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모음만을 사용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버컬리즈(Vocalise)라고 하면서 정식 음악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 작곡가 그리그의 솔베이그의 노래 후반부라든가 라흐마니노프 곡들 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 라는 모음만으로 훌륭한 음악을 구성해 냈다.

원시인들은 모음을 사용한 노래를 통해서 동료들에게 맹수의 접근을 신속하게 알릴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 인접했는지를 구분해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노래를 통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부족민들이 흥에 겨울 때는 손뼉을 치고, 박자를 맞추면서 위협을 극복하는 데 공을 세운 동료들을 축하해 주었을 것이다. 공을 세운 동료를 기쁘게 해주는 노래이자, 그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는 노래들은 앞으로도 그들에게 동료들을 위해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 주는 포상이자 인센티브였다.

인류가 음악이라는 예술 행위를 하도록 부추기는 자극이 되어준 또 한 가지 측면은 음악을 통해서 병을 치료했다. 원시시대에는 사람들이 병든 것은 사람 몸 속에 악령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때문에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것은 사람 몸 속에 있는 악령을 내쫒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원시인들은 동료의 몸 속에 숨어 있는 악령을 쫓아내기 위해서 환자를 눕혀 놓고 옆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본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맹수와 유사한 소리를 내면서 악령도 무서워 도망가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소리가 조금 더 진화하여 악령을 쫓아내는 주문으로 변모하게 되었고, 이러한 주문은 일정한 억양과 음감을 띠게 되었다. 즉, 음악이 된 것이다. 오늘날 이러한 음악을 샤머니즘 음악이라고 부르며 무당이 굿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라든가 장단을 맞추기 위해 사용하는 악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처럼 대표적인 예술 형태인 음악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는 주요한 방식이었기에 탄생하였다. 동료들과의 유용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음악이었으며, 병을 치료해 주는 유용한 도구가 음악이었다. 이러한 인센티브가 없었다면 음악이라는 장르는 인류와 지속적으로 함께해 오지 못했을 것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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