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전국 최초 응급의료네트워크 구축||병상 포화지수·응급실 체류시간 대폭 감소||2차

대구의 대형병원 응급실은 늘 북새통이다.

환자들이 조금만 아파도 대형병원을 찾는 데다 지역 특성상 경북과 경남의 환자도 대구의 대형병원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대형 응급실에는 촌각을 다투는 응급 환자만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응급실을 찾은 대부분 환자는 의료진의 중증도 분류에 따르면 비응급에 해당한다.

응급실을 찾은 비응급 환자로 응급실이 과포화 상태가 되고 그만큼 의료자원의 소모도 커진다.

하지만 환자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이 응급인지 아닌지 정확히 구분할 의료지식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점도 이유다.

또 심각한 증상으로 판단했지만 실제로는 경증인 경우도 있고 그 반대도 있기 때문이다.

◆전국 최초 지역 응급의료네트워크 구축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응급실에서 응급처치 후 상태가 비교적 안정되거나 꼭 대형병원에서 입원할 필요가 없는 준 응급 등의 환자라면 입원 가능한 병원으로 환자를 옮겨주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지역 모든 병원의 응급실이나 입원실이 포화상태가 아니다. 대형병원이 아닌 2차 병원의 응급실에는 여전히 여유가 많다.

이를 감안한 대구시는 지역 응급의료의 주요 현안 과제인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고 중앙정부 중심의 응급의료 정책에서 벗어나 대구시의 실정에 맞는 대응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전국 최초로 추진한 ‘지역 응급의료네트워크 구축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대형병원이 응급환자의 중증도 판별 급성기 질환을 치료한 후 입원 관찰을 해야 하지만 입원실이 없어 장시간 응급실에 지내야 하는 경우 수준을 갖춘 병실과 의료진을 확보한 협력병원으로 입원하도록 해 치료의 지속성을 확보했다.

즉 대형병원의 초기 응급환자 대응능력 수준은 유지하면서 많은 환자에게 시기적절한 치료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올해 5개 대형병원(경북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과 49개 협력병원이 이 사업에 참여해 응급실 과밀화 해소를 위해 협업하고 있다.

5개 대형병원 응급실에는 환자 전원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 코디네이터가 배치돼 있다.

◆2차 의료기관의 전문적인 역량 높여

이 사업을 통해 질환별 전문화된 진료 역량을 갖춘 협력병원으로 전원이 이뤄지고 있다. 과밀화된 대형 병원 응급실에서 대기 중인 환자들이 자신에 맞는 지역 네트워크 병원으로 분산해 신속하고 지속적인 입원치료 서비스를 제공받게 됐다.

또 환자 분산만이 아닌 전원된 환자의 안전성 및 치료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병원 간 진료 정보망(www.dgsafenet.co.kr)도 구축해 환자 선정부터 전원과 재전원, 치료 경과 보고체계 및 치료 종결까지의 추적조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역 응급의료네트워크 구축사업을 통해 2012년 23개소였던 협력병원을 올해 49개소로 확장하는 등 지역사회 응급의료 자원을 활용한 2차 의료기관의 전문화에 대한 지원 및 역량 강화의 계기도 마련했다.

또 의료 보호 환자 등 취약계층에 대해 민간이송업체와 연계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협력병원으로 후송되는 환자에 대한 이송료를 지원해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6년 새 5개 대형병원 전원 25배 증가

이 같은 노력으로 5개 대형병원의 전원 의뢰 건수는 2012년 168건에서 지난해 4천233건으로 6년 만에 25배 급증했다.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해마다 꾸준히 증가했지만 병상 포화지수(PPB)는 사업 도입 전인 2011년 1.04에서 도입 후(2017년) 0.83으로 감소했다. 또 6시간 이상 응급실에 체류한 환자 비율도 2011년 65.5%에서 2017년 25.6%로 급감했다.

PPB 수치가 1.0인 경우 1년 내내 응급실 1병상당 1명의 환자가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PPB 수치가 높으면 응급실이 과밀화된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대구시가 추진한 네트워크 사업을 이용한 전원환자 대상 만족도 조사 결과 76.3%가 이 사업이 과밀화 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74.8%는 대구시의 네트워크 사업을 다시 이용하고 싶다고 답했다.



▲ 대구시가 대형병원 응급실의 과밀화를 해소하고자 전국 최초 지역 응급의료네트워크 구축 등의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19일 보건·소방·의료계 관계자 등 1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 응급의료 전진의 날 행사 모습.
▲ 대구시가 대형병원 응급실의 과밀화를 해소하고자 전국 최초 지역 응급의료네트워크 구축 등의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19일 보건·소방·의료계 관계자 등 1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 응급의료 전진의 날 행사 모습.
▲ 대구시가 전국 최초로 추진한 지역 응급의료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통해 대구 실정에 맞는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지역 한 대형병원에 배치돼 환자 전원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 코디네이터가 응급 환자 보호자와 면담하는 모습.
▲ 대구시가 전국 최초로 추진한 지역 응급의료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통해 대구 실정에 맞는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지역 한 대형병원에 배치돼 환자 전원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 코디네이터가 응급 환자 보호자와 면담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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