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에 드리는 고언(苦言)

홍덕률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보수정당의 언행을 둘러싸고 말이 많다. 환호하는 고정 지지층도 있지만 우려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몇마디 고언(苦言)을 내놓고자 한다. 보수가 제대로 서야 정치도 나라도 선진화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첫째는 지나친 막말들이다. 같은 뜻이라도 품위있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 경영을 꿈꾸는 정당과 정치 지도자라면 더욱 그렇다. 나라의 운명과 국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보수정당 지도자들이 쏟아내는 말들을 보면 착잡하기 그지없다. 더 자극적인 막말과 더 저급한 비속어를 찾아내기 위해 경쟁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정치 지도자의 말인지 귀를 의심하게 된다. 한때 홍준표대표가 던진 거친 말들이 아직도 생생한데, 최근에는 김무성 전 대표의 청와대 다이너마이트 폭파 발언, 한선교 사무총장의 막말들, 나경원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 김현아 원내부대표의 한센병 발언 등이 줄을 이었다. 한국의 보수와 정치에 절망하게 만든 막말 행진이었다. 이젠 멈춰야 한다.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다. 한국의 보수와 보수정당을 위해서다.

둘째는 말에 담긴 생각이나 이념과 관련해서다. 특별히 걱정되는 것은 보수정당이 세상을 보는 눈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과거에 매여 있다는 것이다. 낡은 색깔론과 종북몰이가 대표적인 예다. 독재타도론도 매우 어색하고 뜬금없다. 당연히 감동도 없다. 더이상 낡은 이념에 발목잡혀 있어서는 안된다. 치열하게 미래를 연구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지금 정당과 국회는 무슨 일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려면 당의 틀을 확 바꿔야 한다.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보수정당으로 거듭나지 못하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셋째는 이념과잉과 사실왜곡의 문제다. 여기서도 최근 보수정당을 보면 걱정이다. 사실 왜곡과 가짜 뉴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 같아서다. 5·18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해방 직후 반민특위 등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상실에 대한 분노를 소화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빨리 권력을 빼앗아 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조급증 때문일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지지층 결집의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독약이다. 사실왜곡과 가짜뉴스는 오래 갈 수 없다. 사실에 기초해서 사회를 분석·진단하고, 그 위에서 이념과 전략을 짜며, 그것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맞다. 실사구시와 정직이야말로 힘의 원천임을 믿어야 한다.

넷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세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절차와 수단도 목표 못지않게 중요하다. 최근 국회에서의 감금, 회의 방해 등은 잘못된 것이었다. 정치선진화와 민생국회를 기대해 온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뿐이었다. 국회를 장기간 공전시키는 것도 민생 민주정당의 길이 아니다. 그런 방식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민주주의와 민생에 대한 진정성과 국가경영의 실력으로 국민의 신뢰와 감동을 끌어내야 한다.

다섯째, 정치에 대한 관점과 관련해서다. 정치에는 크게 두 측면이 있다. 하나는 사회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해 내는 역할이다. 특히 입법으로 사회문제들의 제도적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정당과 국회의 고유 권한이자 책임이다. 정치의 다른 측면은 국가권력을 둘러싼 경쟁이다. 정권획득은 정당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어느 정당이든 정치가 갖는 두 측면과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보수정당의 경우는 지나치게 후자에 치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통합과 입법과 민생에 대한 고민은 제쳐놓고 권력탈환에만 올인하는 것 같다. 그것도 실력으로가 아닌 증오심의 결집을 통해서다. 그러는 사이 나라는 극단의 싸움터가 되고 말았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집권에도 도움이 안되는 하책이다.

국민은 요즘 착잡하다. 합리적인 보수의 재건을 기대해온 국민은 더욱 심란하다. 막말하는 보수,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보수, 사실왜곡 위에 서있는 보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보수, 권력탈환에만 올인하는 보수를 보며 절망하기까지 한다. 국민은 청소년들도 본받을 수 있는 교육적이고 품격있는 보수를 원한다. 대화와 입법으로 국민통합과 민생과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열린 보수를 보고 싶어 한다. 나라를 위해서기도 하지만 그 전에 보수를 위해 드리는 고언이다. 대구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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