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열

대구강서소방서장

지난 4월 강원도 고성군 산불로 인해 전국에 있는 소방력을 총동원하는 이례적인 대응 3단계가 발령됐다.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화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자연의 위력 앞에 우리는 얼마나 초라한 존재가 되는지 다시금 일깨워주는 사건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인명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우리는 1천700ha에 달하는 산림과 수백여 곳의 삶의 터전을 잃어야 했다.

봄철 왜 대규모 화재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나라 날씨의 특성상 봄은 건조하고 바람이 강하게 불며, 야외 활동이 잦은 계절이라 조금만 ‘부주의’하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발생한 화재는 연소 확대범위가 넓어 자칫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부주의’ 화재로 인한 원인은 담배꽁초, 음식물 조리, 논·임야 태우기, 쓰레기 소각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고, 5년간 ‘부주의’로 인한 주택화재의 비중은 절반을 넘어 약 62%로 집계됐으며 이러한 화재는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하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먼저, 산행 시 라이터나 버너와 같은 화기 물건은 소지하지 않도록 하고 지정되지 않은 구역에서의 불법 취사 행위, 모닥불을 피우는 행위, 논·밭에서의 소각 행위는 일절 금해야 한다.

특히 흡연자의 경우 흡연 후 불씨를 꺼뜨렸다고 생각해도 건조한 시기에는 아주 작은 불씨에도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정집에서는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단독경보형감지기)과 부수적으로 가스 밸브에 타이머 콕, 가스누설경보기를 설치하여 ‘부주의’로 인한 화재를 사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가까운 소방서에 문의하여 1일 화재 안전 점검표를 통한 자가진단도 가능하다.

아울러 한낮의 기온이 벌써 30도에 육박하면서 여기저기 에어컨을 사용하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에어컨을 사용하기 전 본체의 필터만 청소하고 실외기 관리에 소홀한 ‘부주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실외기는 대부분 외부에 설치되어 있어 이물질이나 먼지가 더 많이 생기기 때문에 과열의 원인이 되어 화재로 이어지기 쉽고, 연결부 전선이 낡거나 외부요인에 의해 전선의 피복이 벗겨지면 합선이 발생할 수 있다.

주기적인 실외기 청소와 제조업체를 통한 내외부 주요부품과 배선 확인, 에어컨 기본점검 서비스를 통해 반드시 사전 안전점검을 받아야 한다.

인간이란 항상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남의 일로만 여기기 마련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부주의’의 주의. 당신의 뒤늦은 후회와 눈물이 검은 잿더미로 남기 전에 항상 깨어있는 안전의식을 가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 도기열 대구강서소방서장
▲ 도기열 대구강서소방서장


김재호 기자 kjh35711@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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