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경제로 풀자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자유시장경제에서 자원배분은 가격의 매개변수적 기능에 의해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자발적인 교환과 경쟁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시장의 힘에 의한 자원배분은 완전경쟁시장에서 효율적이다. 현실 경제에서는 규모의 경제, 외부효과, 공공재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이러한 시장실패를 치유하고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달성하기 위하여 정부는 민간부문의 경제활동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규모의 경제와 외부효과는 일단 논외로 하고 여기서는 공공재만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공공재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가진다.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재화나 서비스를 동시에 소비할 수 있고 한 개인의 소비가 다른 사람들의 소비를 감소시키지 않는 특성이 비경합성이다. 대가를 치루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소비를 하지 못하게 막을 수 없는 특성이 비배제성이다.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가진 경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부담으로 생산된 공공재를 공짜로 소비하려고 한다. 공공재 공급을 시장에 맡길 경우, 공공재에 대한 진정한 선호를 아무도 표시하지 않고 무임승차하려 하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의 공급이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공공재를 적절히 공급함으로써 시장의 실패를 막아보고자 한다. 공공재의 비용부담은 공권력에 의한 강제적 징수에 의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도 불완전한 정보와 제한된 지식 등으로 정부가 시장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다. 정부가 시장에 불가피하게 개입한다하더라도 신중하게 최소한도로 접근하여야 하는 이유다.

최근 버스운행서비스(이하 버스)와 관련, 정부는 버스준공영제를 확대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버스를 공공재로 보아 공공부문에서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버스가 공공재인지 여부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의 잣대로 판별해 볼 수 있다. 비경합성 특성은 버스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정원 내에서는 비경합적이나 정원을 초과하면 경합적으로 바뀐다. 만원인 경우를 제외하면 비경합성이 만족된다. 반면, 비배제성은 충족되지 못한다. 요금을 내지 않으면 탑승을 쉽게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버스의 경우, 비경합성은 제한적으로 만족되나 비경합성은 만족되지 않는다. 버스는 공공재라 할 수 없다. 버스는 정부가 섣불리 개입하는 것보다 시장기구에 맡겨두는 것이 자원배분에 더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버스준공영제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는 비록 공공재는 아니지만 공적 성격이 없지 않으므로 준공영제로 어중간하게 가겠다는 걸로 보인다. 만약 그런 뜻이라면 이는 한참 잘못되었다. 지자체에 따라 조금 다른 점은 있지만, 버스준공영제에서 민영과 공영의 나쁜 점만 노정되고 있는 증후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오지 노선 운영, 직원 처우 개선 같은 순기능이 없진 않다. 그 같은 순기능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존 버스준공영제가 실시되고 있는 광역지자체의 운영실태를 살펴보면 그 문제점을 잘 알 수 있다. 우선, 노선의 불합리를 꼽을 수 있다. 지방정부가 노선을 인위적으로 조정한 까닭에 그 불완전한 정보와 제한된 지식으로 인하여 노선이 불합리하게 된다. 시장에 맡기면 자동으로 효율적 노선 배합이 선택될 텐데 공공 개입으로 효율적 노선 믹스가 왜곡되고 만다. 그 결과 소비자도 만족하지 못하고 버스업체도 이용자가 줄어 적자다. 민간에 두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다. 요금은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되고 그 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한다. 지하철 신설 등으로 노선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필요도 없고 요금인상 때문에 주민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다. 구체적 운용 측면에서 검토해 봐도 버스준공영제는 불합리하다. 비록 표준운송원가를 연결고리로 지방정부가 통제하긴 하지만, 운영과 차량·노무관리 등을 버스업체에 맡기고 손실이 발생하면 그만큼 세금으로 메워주는 방식은 설득력도 없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버스를 타는 사람의 요금을 안 타는 사람의 주머니에서 일부 지급하는 상황은 비정상이다.

대구의 경우, 버스준공영제와 도시철도에 매년 약 일천억 원씩 각각 지원한다. 낮은 재정자립도에 가용예산이 부족한 형편에 허리가 휜다. 이는 비단 대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버스의 자원배분은 시장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실현가능하다. 굳이 공공부문에서 개입하겠다는 의도는 포퓰리즘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버스가 공익적이라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차라리 완전공영제로 가는 편이 더 낫다. 경제문제는 경제원리로 풀어야 답이 나온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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