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지난해 경북도와 약속한 포항지역 침상(針狀)코크스 공장 건설을 최근 갑자기 보류했다. 포스코는 대신 전남 광양공장의 설비 증설 쪽으로 투자방향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포항에서는 ‘포스코 포항 홀대론’이 일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 케미칼은 지난해 회사 내 공장부지에 7천억 원을 투자해 공장 건설계획을 세웠지만 침상 코크스 가격이 하락하자 계획을 보류했다.

침상 코크스는 제철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콜타르를 활용해 만드는 바늘 모양의 고탄소 덩어리다. 이차전지의 소재인 음극재와 전극봉의 원료가 된다.

침상 코크스는 포스코가 철강 일변도에서 벗어나 차세대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탄소 소재, 이차전지 소재 등 핵심 사업 중 하나로 평가된다. 자칫 이 사업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갈 경우 업종 다각화로 추진하는 차세대 사업 기반자체가 위협받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우헌 경북도 경제부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은 지난 20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만나 이같은 우려를 전하면서 “포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포스코의 투자가 절실하다”며 신사업 투자를 촉구했다.

지역민들은 “지진 여파로 지역경제가 어려울 때 포항의 상징기업인 포스코가 투자를 외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황당하다는 반응을 넘어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낀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지역기업이 지역경제가 어려울 때 전혀 돌아보지 않는다면 지역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냐”는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 2004년 이후 15년간 포항제철소에 1조9천297억 원(4건)을 투자했다. 이에 반해 광양제철소에는 포항보다 투자금액 자체가 1조 원 이상 많은 3조90억 원(6건)을 신규 투자했다. 포스코의 무게 중심이 광양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는 대목이다.

이번 침상 코크스 공장 건설 보류와 관련해서는 포스코 측이 이야기하는 경제성 등 현실적 문제와는 별개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가타부타 따질 일도 아니다. 50여년 전 포항에서 출발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는 자신들의 모태이고 뿌리인 포항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포항과 포스코는 영원히 함께 가야 할 동반자다. 포스코는 좀 더 큰 안목으로 이번 사태를 풀어야 한다.

포항시도 포스코의 기업활동 지원에 미진한 점이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더욱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포스코가 지역에서 새로운 사업을 어려움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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