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해치는 에너지 딜레마

정인희

금오공과대학 기획협력처장

어느 날부터인가 동해안 곳곳에 바람개비인가 싶은 하얀 물체가 줄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키가 큰 철제 구조물이다. 그냥 서 있는 것이 많고 가끔은 바람개비처럼 생긴 상단 부분이 천천히 돌고 있기도 하다. 풍력 발전기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풍력 발전기에 대한 의문과 의심이 늘어만 간다. 그러던 중 태백에 다녀오면서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의 관광지로 개발하고 있는 풍력 발전단지를 보게 되었다. 산을 하나 깎아내며 조성하고 있는 바람의 언덕은 풍력 발전기를 심어 놓은 밭이다. 멀리서 보면 언뜻 장관처럼 보일 수 있으나 왠지 자연과는 어울리지 않는 생경함이 더 크다. 풍력 발전기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소음으로 인해 고생한다고 한다. 그럴 것이다. 집안에 선풍기 한 대 돌아가도 덜덜거리는 소음과 진동이 더위보다 싫을 때가 있는데, 이 덩치 큰 물체가 만들어내는 소음과 진동은 만만찮을 것이다. 더구나 이들이 떼로 모여 있는 곳에서는 그 진동들이 땅속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지구가 속부터 아프기 시작하는 게 아닐지 걱정스럽다. 지열 발전이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 밝혀진 후라 걱정은 확신으로 폭증된다.

풍력 발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기 시작했다. 전문가를 붙들고 이것저것 질문도 해보고 검색도 해본다. 풍력 발전을 보는 관점은 결국 크게 두 가지다. 좋다는 쪽과 나쁘다는 쪽.

좋다는 쪽의 주장은 풍력발전기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청정 에너지라고 말한다. 지구에서 대류는 계속해서 일어나므로 비용이 들지 않는 에너지다.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반대 의견은 우선 에너지 생산 자체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풍력 발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환경오염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효율이 높은 고성능 발전기를 만드는 원료인 희토류의 채굴과정에서 일어나는 환경오염이 있고, 유리섬유로 날개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많은 유독물질이 배출된다는 거다.

또 풍력 발전을 위해서는 적정 풍속이 필요하다고 한다. 최적의 바람세기는 10m/s인데, 연중 바람이 일정하게 부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당연히 전기 생산이 불가하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도 풍력 발전기를 가동할 수 없다. 터빈이 너무 빨리 돌다 보면 날개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안가나 산꼭대기 등 바람에 그대로 노출되는 곳을 찾아 풍력 발전단지가 건설되고, 풍력 발전기의 가동을 조정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국토 내 풍력 발전기 설치로 인해 이미 생태계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지만 자연 속의 동식물도 풍력 발전기의 날개가 돌아가면서 생기는 연속된 일시적 그림자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풍력 발전기의 날개가 돌고 있을 때는 새들이 날아가다 사고를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사고를 당하지는 않더라도 맹금류들의 먹이 포획 활동을 방해하여 하위 먹이사슬의 동물들이 이상증식하는 현상도 관찰된다. 그래서 땅이 아닌 바다로 가서, 해양 풍력 단지를 건설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것임이 자명하다고 한다.

화력과 원자력이 인간을 위험에 빠트린다는 사실이 친환경 에너지를 찾게 했다. 그리고 실제로 여러 가지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해 냈다. 그러나 친환경의 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 번쯤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이 살아있을 100여 년쯤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인간에게만 해가 없다면 그것으로 친환경임에 충분한 걸까? 그보다 훨씬 긴 세월, 인간이 아닌 자연 속의 동물과 식물, 그리고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땅, 지구 그 자체를 놓고 ‘친자연’과 ‘친지구’를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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