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보다 ‘정년’ 나이 논의를 해라

발행일 2019-05-23 14:57:3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대법원에서 지난 2월 육체노동 가동연한, 곧 몸을 움직여 돈을 벌 수 있는 나이의 기준을 현재 60세에서 65세로 올려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었다. 그런데 당시 온-오프라인상에서는 판결과 관련된 ‘정년’ 논의는 온데간데없이 ‘노인’ 나이가 논쟁거리가 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노인 기준 나이를 올리자는 논의의 쟁점을 요약해 보면, 국가재정 부담이 실제 줄어드는지,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는지, 은퇴 시기와 연금 개시 시기 차이에서 발생하는 소득절벽을 줄일 수 있는지 등이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당장 시급한 과제는 현재 60세로 되어 있는 정년의 기준 나이를 올리는 데 대해 사회적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노인이라고, 아저씨라고 부르기도 모호한 60~65세 사이에 있는 수많은 ‘낀세대’들에게 100세 시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본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언젠가는 시행돼야 할 노인 기준연령 상향 문제와 관련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해 사회적 공감대를 더 폭넓게 얻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 기준연령 상향안에 대해 지금도 일부에서는 공감을 하고 있다. 그 배경을 보면 국민들의 건강상태 개선과 평균수명 연장에 대한 동의가 깔린 듯하다. 60대들을 노인이라고 호칭하기엔 부르는 이도, 듣는 이도 서로 불편할 것이란 인식이 대다수 국민들에게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 같은 보편적 인식은 결국 정년 연령 변경 필요성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가지, 사실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정년 연령 논의는, 향후 노인 연령 상향 시 발생할 소득절벽 구간 확대라는 문제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은퇴 시기를 늦춰주면 60대 이상 연령층의 소득공백 기간을 줄여주게 되고, 결국 이들의 경제적 삶의 질이 높아지게 되리라는 것이다.

일각에서 노인 연령 변경 논의가 진행되자 지난 4월 보건복지부에서는 발 빠르게 공청회를 열고 노인 외래정액제 대상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 65세 이상 노인들은 감기 등 가벼운 증상으로 동네의원에서 외래진료를 할 경우 대개 1천500원 정도만 내면 된다. 당연히 이 기준이 70세로 변경되면 65~70세 연령층은 이 혜택에서 제외된다.

우리 사회에서 65세라는 나이는 이 외에도 기초연금, 지하철 경로우대, 임플란트 건강보험, 인플루엔자 무료 백신접종 등 각종 노인복지제도의 현재 기준 연령이기도 하다. 정부의 인구총조사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738만1천명에 이른다.

노인 연령 변경 논의를 보며 드는 걱정은 정책 논의의 선, 후가 바뀌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고, 사회·제도적 준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은퇴한 60대 가장들은 지출할 돈이 40~50대 때에 비해 여전히 적지 않다. 만성화된 청년 취업난과 결혼 기피 및 만혼 분위기는 서른이 넘은 자녀들의 나이든 부모세대에게 또다른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불편하지만 현실이다.

또 고령자고용촉진법(약칭)에는 정년 기준을 60세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5인 이상 사업장 대상) 하지만 현실은 명예퇴직이니, 임금피크제니 하며 많은 직장인들에게 체감정년을 확 낮춰 느끼게 하고 있다.

통계청의 최근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46.9%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일자리사업 참여희망 노인이 119만5천 명이고, 이 중 취업에 성공한 노인이 51만 명(2018년 말 기준)이다. 희망자의 43% 정도만 취업이 가능했던 셈이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정부는 주 안티층(?)인 60대 이상이 마음에 안 들어서 정년 연장 논의는 뒤로 밀어놓고, 준비도 안 된 노인 기준연령 논의는 진행되도록 모른 체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말들이 시중에 떠돌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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