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발의 0건…‘무늬만 기초의원’ 아직 많다

발행일 2019-05-23 14:58:3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지역 8개 구·군 기초의회 116명의 의원 중 의장을 제외한 26명(22%)의 의원들이 지난해 7월 개원 이후 12월까지 6개월 동안 의정활동의 기본인 조례 제·개정, 구·군정 질의 및 5분 자유발언 등을 단 1건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대구참여연대와 대구YMCA가 운영하는 ‘대구시의회 의정지기단’이 제8대 대구지역 8개 구·군 기초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한 결과 드러났다.

조례발의나 구·군정 질의는 구·군 의원의 권리이자 의무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법률상 보장된 의정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의원 배지를 달고 다닐 자격이 없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최소한의 의정활동조차 않으면 ‘무늬만 기초의원’이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싸다. 이러한 처신은 엄정하게 견제해야 할 집행부 공무원들에게 얕잡혀 보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해외 연수 중 가이드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예천군의회 일부 의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하지 않는 지방의원들도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기초의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모습도 동시에 나타나 관심을 끈다. 8대 기초의회 의정활동은 지난 7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발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등이 기초의회에 많이 진출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종전까지 사실상 자유한국당 일색이던 독점구도가 깨지면서 형성된 경쟁구도 때문이라는 것.

8개 구·군 전체 조례 제·개정 발의는 33건에서 90건으로 늘어나 7대에 비해 2.7배 증가했다. 구·군정 질의 및 5분 자유발언도 지난 임기에 비해 55건이 늘어난 138건을 기록했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민주당 의원들의 1인당 조례 제·개정은 0.94건으로 한국당의 0.68건보다 0.26건 많았다. 또 구정질의 및 5분 자유발언도 민주당이 1인당 1.52건으로 한국당의 1.06건보다 0.46건 많았다.

이는 기초의회가 다당제로 재편되면서 나타난 긍정적 변화로 평가된다. 본연의 정책 경쟁이 되살아난 것이다.

이번 평가는 조사기간이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어서 좀 더 시간을 두고 평가를 이어가야 보다 정확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지역 기초의회에 아직 불식돼야 할 부정적 모습과 더 발전되고 확산돼야 할 긍정적인 모습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은 틀림없다.

이번 기회에 기초의원들 스스로 의회진출 당시의 초심을 되찾아 바람직한 의원상 구현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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