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이십니다/ 이시영

지금 이 나라에는 죽은 권력이 산 권력을 다스리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략) “당신을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당신이 있어서 그동안 행복했습니다.” “당신은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이십니다.” (중략) 자유와 정의 평등에 기초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그의 죽음은 말없이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침묵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의로운 삶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중략) 우리 모두가 그의 꿈을 지켜주지 못했으나 우린 뒤늦게 깨닫는다. 아마도 우리는 앞으로 영원히, 그런 서민적인 대통령을 갖지 못 할 것이다. (중략) 그 앞에 경건하게 한 자루의 향을 피워올리며 기원한다. “남은 일은 우리에게 맡기시고 편히 쉬시라!”

- 추모헌정시집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화남,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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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며 262명의 시인이 참여해 만든 헌정시집이 10년 전 49제를 앞두고 출간되었다. 발간사에는 “한 인간의 죽음 앞에서 더구나 권력과 무관한 일국의 시인들이 전직 대통령의 서거 앞에서 이토록 많은 추모시를 자발적으로 썼다는 사실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고 적었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회생과 노무현 정신의 부활, 참다운 인간해방을 염원하는 시인들 자신의 자기다짐”이라고 강조했다. 임우기 평론가는 “일찍이 한국문학사에 이렇듯 경향각처의 수많은 시인들이 한 지도자의 서거 앞에서 슬퍼하고 미안해하고 분노하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반성하며 저마다의 구슬픈 만가를 부른 기억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시도 그 가운데 하나이며, 노무현의 정신과 서민적 삶의 정서를 총망라하면서 그와의 충만한 시적 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스스로 정치적 소망을 하나도 성취하지 못한 대통령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이루고자 했던 소망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에게 맡겨진 과제 수행에 진력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되나 국정최고책임자로서의 위기감과 난처함을 노무현이 겪은 그 이상으로 느끼는 순간도 많았으리라. 그 소망은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온 국민이 손 맞잡고 이뤄내야 마땅하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다시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천박한 지역주의, 낡은 이념 논쟁, 패거리 정치의식,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 그리고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집단이기주의 등.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많은 것들이 그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 노무현을 향해서만 “당신은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이십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박근혜에 대해서도 똑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비교해보면 어느 쪽의 말이 설득력을 갖는가는 단박에 알 수 있는 노릇이다. 그 변별은 어느 쪽이 정의로운지, 사람답게 사는 길인지, 다 함께 잘 사는 미래지향적인 나라로 가고자 함인지, 누가 반민주, 반통일 수구 세력인지를 극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정의로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노무현의 약속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지켜지리라 희망한다. 그러나 혹여 그것이 임기 내에 모두 실현되지 않았거나 만족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노무현과 그 정신이 우리 가슴에 함께하는 한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우리 각자가 부활하는 노무현으로 그의 못 이룬 꿈을 이루리라.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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