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헌호 기자
▲ 신헌호 기자


경기에 패해서였을까. 팬들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였을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F조 조별리그 6차전 경기가 끝난 후 대구FC 선수들은 중국까지 응원 온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FA컵에서 우승한 대구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 ACL 본선 진출을 팬들에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광저우 헝다전에서 0-1로 패하며 그 약속이 깨졌다. 때문에 대구FC 선수단은 팬들 앞에서 죄인이 된 듯 표정이 좋지 않았다.

대구FC의 첫 국제무대가 ‘새드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과연 새드엔딩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비록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분명한 사실은 ‘위대한 도전’이였으며 성공적이었다.

전국 최초 시·도민 구단인 대구FC는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구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구단처럼 선수영입 등에 큰 제약이 따른다.

대구FC의 1년 구단운영비가 130억 원인 반면 광저우는 1천억 원에 달한다. 광저우 탈리스카, 파울리뉴 두 선수의 이적료만 900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양팀의 규모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구FC의 적은 구단 운영비를 생각하면 이번 도전은 대단했다.

첫 국제무대에서 ACL F조 최약체라는 예상을 보란 듯이 깨고 3승(3패)을 거뒀다. 홈에서 광저우를 잡기도 했으며 호주 강팀 멜버른 빅토리를 상대로 홈과 원정에서 모두 이겼다.

이를 통해 대구FC는 대구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축구 팬들에게 설렘과 희망을 줬다.

‘구단의 크기나 선수 이름값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것을 말이다. ‘스페셜 원’이 아닌 ‘원팀’으로 똘똘 뭉친다면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대구FC의 16강 도전 실패로 누군가는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대구FC의 사정을 아는 축구 팬이라면 박수를 보낼 것이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대구FC는 K리그1에서도 줄곧 하위권인 팀이었다. 팀 운영비, 선수 이름값 등만 본다면 당장 하위권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럼에도 대구FC는 현재 K리그1 4위로 1~3위 기업구단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는 조광래 대표이사와 안드레 감독 등 대구FC가 선수를 잘 키워낸 결과로 여겨진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원동력은 열성적이고 한마음으로 똘똘 뭉친 대구시민의 힘인 것이다.

올 시즌 대구FC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사상 첫 K리그1 스플릿A(1~6위 그룹) 진입을 위한 많은 경기가 남았다.

대구FC 선수단은 당당히 고개를 들고 대구시민과 함께 또 다른 기적을 써 내려가야 한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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