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주입량 적어도 큰 지진 날 수 있다” 지적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지난 24일 ‘지진 위험을 관리하는 새 체계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기고를 국제 학술지에 실었다.

연구단은 이날 ‘유체 주입으로 유발되는 지진 위험 관리’라는 제목의 ‘과학정책 포럼’을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과학정책 포럼은 기고문의 한 종류로, 논문처럼 전문가 3명에게 데이터와 메시지 검토를 받는 과정이 있다.

지난 3월 정부조사연구단은 2017년 11월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자연지진이 아닌 ‘인재’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인근 지열발전소에서 물을 땅속으로 수차례 주입했고, 이 영향으로 단층이 어긋나며 강진이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유발지진의 규모는 그동안 땅 속에 주입하는 물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고 알려져 왔다.

물 주입과정에서 특정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물 주입을 줄이는 식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신호등 체계’ 기술이 사용됐다.

연구단은 그러나 이 기술이 포항지진 이후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연구단은 기고문을 통해 “앞으로 지진 위험관리는 영향을 받는 단층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계속 분석하고 위험도를 평가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포항지진의 사례처럼 지하 응력과 단층의 상태에 따라 지진의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 새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단은 도시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항처럼 대도시가 인접해 있는 경우 인구가 거의 없는 지역과 비교해 피해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까지 고려한 ‘위험’ 개념으로 지진발생 가능성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도시와 가까운 지역에 위험시설을 설치해야 할 경우에는 반드시 주민들과 협의가 이뤄질 수 있는 객관적인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항지진의 경우 지열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주민들과의 협의가 없었으며, 발전소 시험 가동에 따른 미소지진으로 위험신호가 발생해도 물 주입이 계속된 것은 주민 의견을 반영할 의사결정체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이번 기고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이라는 정부조사연구단의 결론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동시에 앞으로 지진 위험관리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전 세계에 던져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 지난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포항지진 이후 가동을 멈춘 포항지열발전소.
▲ 지난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포항지진 이후 가동을 멈춘 포항지열발전소.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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