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학적 가뭄과 가뭄 대응

전준항

대구기상지청장 전준항

어느새 제법 따가워진 햇볕이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듯하다. 피부까지 바싹 마르게 했던 겨울과 봄의 건조한 날씨를 지나 장마를 앞둔 초여름의 길목에서 반갑지 않은 소식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봄가뭄이다. 지난 4월 중순 이후에는 전국의 몇몇 지역과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약하거나 보통 단계의 기상가뭄이 절정을 이루었고, 5월 하순인 현재까지도 경북 대부분 지역에 약한 단계 혹은 보통 단계의 기상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뭄을 강수량의 부족으로 일어난 건조한 기간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세부적 정의는 지형이나 기후와 같은 환경적 특징, 산업‧경제적 측면, 가뭄에 대한 인식 경향 등에 따라 판단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보편성을 갖기 어렵다. 가뭄을 크게 4가지 범주인 기상학적 가뭄, 농업적 가뭄, 수문학적 가뭄, 사회경제적 가뭄으로 분류해 정의할 수 있는데, 시기상 한꺼번에 나타나기보다 기상가뭄부터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기상청에서는 기상학적 가뭄에 초점을 맞추어 ‘특정지역에서의 강수량이 평균 강수량보다 적어 건조한 기간이 일정기간 이상 지속되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크든 작든 기상학적 가뭄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에는 2월25일부터 28일까지 운문댐 저수율이 고작 8.2%에 그쳐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운문댐에서 취수 받는 대구시 일부 지역에 제한급수가 거론되면서 금호강 비상공급수도시설을 통해 수돗물을 긴급 공급하기도 했지만, 일부 시민들의 불편은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뭄은 진행 속도가 늦고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며 그 시작과 끝이 정확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 피해가 광범위하고 지속적이어서 손실 비용이 크며, 가뭄의 판단기준이 분야마다 다르다보니, 정책결정자들의 선제적 조치나 대책 수립에 혼란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상황에 맞는 가뭄지수를 선택하여 활용하면 가뭄의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예측을 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현재 기상청에서는 가뭄감시 및 예보업무를 위해 ‘표준강수지수(SPI)’를 대표지수로 활용하고 있다.

SPI는 가뭄대책 마련을 위해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지수로, 세계기상기구에 의해 기상학적 가뭄 감시를 위한 대표적인 가뭄지수로 권고된 보편적인 가뭄지수다. 가뭄의 심도에 따라 습함/정상/약한 가뭄/보통 가뭄/심한 가뭄/극심한 가뭄의 6단계로 나뉘며, 수개월의 누적 강수량만을 입력하기 때문에 기상학적 가뭄지수를 표현하는 데에 적용이 쉽고 직관적인 장점이 있다. 또 누적강수량 기간을 다양하게 조절하여 장․단기 가뭄을 유연하게 나타낼 수 있는데, SPI는 특히 중‧단기 가뭄 모니터링에 효과적이다. 특히 현재 기상청에서는 최근 6개월 누적강수량을 고려한 SPI6를 대표지수로 활용하고 있다. 6개월 누적강수량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기후특성상 연강수량의 약 55%가 여름철에 집중이 되는 계절적 강수 경향성을 뚜렷이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서는 ‘기상법 제13조의2’에 의해 가뭄 감시와 확률장기예보를 반영한 기상학적 가뭄예보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대구기상지청에서도 자체적으로 시‧군별 강수량이나 수문기상정보를 추가한 ‘대구‧경북 가뭄 및 수문기상정보’를 매월 10일경에 제공하고 있다. 가뭄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지자체나 유관기관의 관련업무 담당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제공되지만, 일반 시‧도민들도 대구기상지청 SNS(페이스북, 네이버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통해 카드뉴스 형태로 언제든지 열람이 가능하다.

가뭄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우리의 큰 관심사가 되어 왔으나 오늘날까지도 인간의 힘이 완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다. 이에 정부부처에서도 기관 간 벽을 넘어 합동으로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가뭄에 대응하는‘정부혁신’을 실천하고 있다. 국민들 또한 가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물 절약 실천으로 이제는 일상화된 가뭄을 함께 이겨나가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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