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15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여야 차기 대권 주자들이 ‘맞짱’ 뜰 가능성이 커졌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4선의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지역구인 수성갑에 출마 가능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다음 달 4일 미국 체류를 끝내고 귀국한 뒤 곧바로 TK(대구·경북)를 방문할 예정이다. 귀국 당일 자택도 들르지 않고 모교인 영남대에서 ‘한국 정치의 현실과 과제’를 주제로 특강을 펼친다.

김 전 위원장은 “영남대 특강은 오래전에 잡힌 일정”이라고 얘기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고향인 TK에서 총선 행보를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 초부터 지속해서 제기돼 온 김 전 위원장의 수성갑 출마설에 불을 지핀 모양새다.

김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은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고 있다.

김 의원은 여권 내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으로 불리며 차기 대권주자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한국당이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로 흔들릴 때 구원투수로 나서서 큰 과오 없이 당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대권 후보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 모두 총선에서 발판을 마련해야 대선까지 꿈꿔볼 수 있는 공통된 입장인 만큼 이들의 대결이 성사된다면 전국적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우선 행안부 장관직을 내려놓은 김부겸 의원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지역구 관리에 돌입한 상태다.

1년10개월 간 행정안전부 장관을 맡으며 지역구 관리를 소홀히 했던 김 의원은 장관직을 마치고 당에 복귀하자마자 지역구에 머무르며 주민과 지지자와의 소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개각 인사를 발표하면서 출생지가 아니라 출신 고등학교를 기준으로 출신지를 분류한 청와대를 향해 “치졸하다”고 비판하는 등 지역 민심 달래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 의원이 5선 도전에 성공한다면 중량감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적 입지가 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김 전 위원장도 김 의원을 물리치고 수성갑 선거를 승리로 장식한다면 보수 진영의 강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들 대결의 성사 여부는 한국당 공천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에서 김 전 위원장을 수성갑에 전략공천하지 않을 경우 대결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지역 정가는 예상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경선을 통한 공천에 뛰어들지 의문인 데다 경선을 치른다 하더라도 지역 토종이자 안정감 있는 지지도를 갖고 있는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과 정순천 수성갑당협위원장을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서다.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정치행보에 나서면 황교안 대표 당선 이후 사분오열된 비박계가 결집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황 대표가 김 위원장을 수성갑에 전략공천하며 그에게 힘을 실어줄지도 의문이다.

수성갑은 김부겸이라는 큰 산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당 텃밭이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평소 여권의 무게감 있는 인사와 겨뤄 한국당 승리를 끌어내겠다는 의사를 피력해온 김 전 위원장이 미국체류 후 첫 행선지로 대구를 택한 것은 수성갑 출마를 염두해 둔 것 아니겠냐”며 “대결이 성사될 경우 총선 빅매치가 이뤄지며 두 인사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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