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역 2020년말 동해남부선 일부구간 폐선으로 폐역 예정

일제강점기인 1918년 11월에 영업운전을 시작해 100년의 역사를 훌쩍 넘긴 경주 불국사역이 문을 닫을 위기를 맞고 있다.



지역민들은 그 상징적 의미만으로 존치돼야 하지만 역이 없어질 경우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역무원 1명도 근무하지 않고 완행열차조차 정차하지 않던 간이역인 군위 화본역이 현재 전국에서 방문객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걸 벤치마킹삼기 위해 지역사회의 움직임이 분주해 눈길을 끌고 있다.



▲ 100년 역사의 전통을 가진 불국사역은 2020년말이면 동해남부선 일부구간 노선 변경으로 폐지된다. 불국사역 주변 주민들이 최근 불국사역을 살리기 위한 모임을 만들고, 기차여행 등의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00여 명의 주민이 화본역까지 기차여행하고 불국사역으로 돌아오는 장면.
▲ 100년 역사의 전통을 가진 불국사역은 2020년말이면 동해남부선 일부구간 노선 변경으로 폐지된다. 불국사역 주변 주민들이 최근 불국사역을 살리기 위한 모임을 만들고, 기차여행 등의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00여 명의 주민이 화본역까지 기차여행하고 불국사역으로 돌아오는 장면.


불국사역은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을 방문하는 전초기지 같은 곳이다. 경주 관광1번지 보문단지로 이어지는 연결로이자, 불국전통시장 등의 볼거리와 갈비랑국수랑과 같은 유명한 먹거리를 찾는 관문이다.



특히 추억의 수학여행코스인데다 부산, 울산 등지의 대도시를 잇는 교통수단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이다. 평일에 2천여 명, 주말이면 5천여 명이 불국사역을 이용하고 있다.



역사 주변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불국사를 비롯한 원성왕릉, 성덕왕릉, 신문왕릉, 선덕여왕릉, 방형고분 등 역사문화유적이 즐비하다.



그러나 입실에서 신경주역까지 우회하는 철로가 개설되면서 불국사역과 경주역을 통과하던 구간의 동해남부선은 내년 말 폐선될 계획이다.



추억이 서린 100년 역사의 불국사역은 기차가 다니지 않아 갈 수 없는 기억 속의 장소로만 남게될 전망이다.



홍만기 불국사역장은 “불국사역이 폐지되면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지인 불국사와 석굴암을 찾는 이들에게 큰 불편을 주게 될 것”이라며 “방문객들의 불편으로 관광객도 줄어들어 지역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 진단했다.

그는 특히 “불국사역을 사랑하는 조직 ‘불사조’ 밴드는 이미 회원만 200명에 이르는 등 역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국사역 주변 주민들 역시 지난달 역 광장에서 경로잔치를 열어 마을 어른들을 위로하면서 역 살리기에 동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어 마을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지난달 말 200여 명의 주민이 불국사역에서 화본역까지 기차여행을 하면서 역을 살리자는데 마음을 함께 했다.



▲ 군위 화본역은 주변 폐교 등을 활용해 체험문화관광지로 꾸며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화본역으로 관광객들이 입장하고 있는 모습.
▲ 군위 화본역은 주변 폐교 등을 활용해 체험문화관광지로 꾸며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화본역으로 관광객들이 입장하고 있는 모습.


이와 함께 경주남산연구소 김구석 소장과 40여 명의 문화재해설사들은 지난달 30일 군위 삼국유사테마파크, 송림사, 화본역 등을 둘러보는 테마 여행을 했다.



김구석 소장과 이용호 해설사 등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산간벽지 군위군으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것은 삼국유사라는 테마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홍보한 결과”라며 “화본역을 보더라도 유서깊은 경주 불국사역은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군위 화본역은 주변 폐교 등을 활용해 체험문화관광지로 꾸며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화본역과 걸어서 5분 거리의 폐교 산성중학교가 체험테마관광지로 탈바꿈해 방문객들이 추억을 즐기고 있다.
▲ 군위 화본역은 주변 폐교 등을 활용해 체험문화관광지로 꾸며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화본역과 걸어서 5분 거리의 폐교 산성중학교가 체험테마관광지로 탈바꿈해 방문객들이 추억을 즐기고 있다.




한편 간이역의 부활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군위 화본역은 1938년 일제강점기에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최근까지는 시골마을의 작은 간이역으로 정차하는 열차가 없었다.



그러나 마을주민들이 간이역 주변에 나무와 꽃을 심어 공원으로 가꾸고, 주변에 벽화를 그리고, 체험거리를 만들어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특히 폐교된 산성중학교를 ‘엄마 아빠가 어렸을 적에’라는 체험테마관광지로 개발해 추억의 시간여행코스로 홍보해 유명관광지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했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