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덕률대구대학교사회학과 교수
▲ 홍덕률대구대학교사회학과 교수
요즘 대학들이 많이 편치 않다. 취업난에 힘들어하는 학생들 때문만은 아니다. 경영난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어서다. 사립대학이 특히 그렇다. 지방에 위치한 사립대학은 더더욱 그렇다.

어느 대학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은 이제 놀랄 일이 아니다. 어느 대학에서 모 학과를 폐과했다는 얘기 역시 이제는 뉴스도 아니다. 모 대학이 매물로 나와 있다는 소문까지 꼬리를 문다. 10년 뒤, 우리 대학은 과연 살아 있을까. 지금 많은 사립대학들의 가장 큰 고민 주제다.

학생 수 급감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해 고3 학생 수는 57만 명이었고 올해는 51만 명이다. 내년에는 45만7천명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래전에 시작된 출산율 저하가 낳은 결과다. 그 비극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2018년 출생아 수는 32만6천900명이었다. 2017년 대비 8.6%나 줄었다. 0.98명의 합계출산율은 OECD 회원국들 중 최저다.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것이라는 뜻이다. 인구절벽이고 특급 쓰나미다.

대학진학률이 크게 떨어진 것도 대학의 위기를 키웠다. 2008년에 83%였던 대학진학률은 70% 아래로 떨어졌다. 등록금이 10년째 동결된 것 역시 사립대학의 재정위기를 심화시켰다.

벼랑 끝에 몰린 사립대학들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전기와 수도 비용을 아끼는 것은 기본이다. 더워도 참고 추워도 참는다. 밤늦은 시간까지 연구실에 있지 말고 일찍 퇴근하라고 재촉하는 대학들도 있다. 교직원의 복지지출은 물론 학생 통학버스 비용도 줄인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 캠퍼스 청소비용과 화장실의 화장지 구입비까지 줄인다.

그러나 정작 걱정은 다른데 있다. 대학의 핵심 기능인 교육과 연구마저 위축되는 것이다. 도서 구입비 삭감이 대표적인 예다. 교수연구비 예산도 대부분 대학들에서 줄였다. 아예 없는 대학도 많다. 최소한의 교육과 연구 경쟁력을 유지하는 일이 사실상 어렵게 된 것이다.

대학 밖을 둘러보면 걱정은 더 커진다. 먼저 세상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대세가 되었다. 대비하지 못하면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다른 선진국들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교육계가 바쁘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려면 교육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혁명이 선진국 대학들의 화두가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최근 교육부가 대학정책을 준비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몇 가지 주문을 내놓고자 한다. 첫째, 체계적인 대학구조조정안을 준비해야 한다. 대학으로서 최소한의 역할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부실대학들에 대해서는 퇴출 제도를 만들어 정리해야 한다. 뜨거운 감자라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 물론 후속 조치들까지 꼼꼼하게 설계해, 지역사회에 주는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구조조정이 긴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대학정책의 핵심이거나 전부여서는 안된다. 구조조정은 교육의 질과 연구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시키는 계기일 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지금 우리 대학들의 교육 및 연구 경쟁력은 선진국 대학들과 비교하면 크게 낮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대학의 교육과 연구 그리고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정책이 함께 준비되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 4차 산업혁명 등 미래를 대비하는 내용의 중장기 혁신 계획까지 담아야 한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지, 그를 위해 대학입시 제도는 어떻게 바꿔 갈 것인지, 연구와 교육은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평생교육을 위한 대학의 역할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등, 국가 차원의 그랜드 플랜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재정투자일 수밖에 없다. 재정투자 없이 대학들이 알아서 재정위기를 감당하라고 해서는 안된다. 재정투자 없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미래형 인재를 길러내라고 요구하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 고등교육의 85% 이상을 감당하고 있는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 제고 방안도 담아야 한다. 고등교육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정부의 결단 없이는 모두가 탁상공론일 수밖에 없다.

대학의 위기는 미래의 위기다. 대학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학생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대학의 교육과 연구 경쟁력이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가 준비 중이라는 대책이 부디 희망을 담아내기를 기대해 본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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