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돼지열병 때문에 축산농가들이 초긴장 상태다. 아직 한국에는 발생 사례가 없지만 인접한 북한, 중국 등지에서 이미 발생했기 때문에 차단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만에 하나 방역망이 뚫리면 국내 돼지사육 기반 붕괴, 돼지고기 가격 급등 등 ‘축산 파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북도는 지난 5일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차단방역 강화에 들어갔다.

도내 전 돼지사육농가 731호에 담당관 278명을 지정해 주 1회 전화 예찰, 월 1회 현장 방문 지도점검 등을 실시한다. 또 500마리 미만 소규모 농가(169호), 잔반 급여농가(41호), 밀집 사육단지(41개소), 외국인 고용 농가(240호) 등 방역취약 농가를 중점 대상으로 지정해 소독강화, 방역실태, 잔반 열처리 여부 등을 점검한다. 축협 공동방제단(90개 단)을 동원해 주 1회 농장 소독에도 나선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아시아에서는 지난해 8월 중국 랴오닝성에서 최초로 발생한 이후 중국 전역, 베트남, 캄보디아, 홍콩 등지로 확산됐다.

지난 5월 말에는 중국과 접한 북한 자강도에서도 발생했다. 협동농장에서 키우던 99마리 중 77마리는 폐사했고 22마리는 살처분됐다. 그 뒤 얼마나 확산됐는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 하지만 예방 백신이 아직 개발돼 있지 않다.

당초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생해 1960년대 서유럽으로 퍼진 뒤 1990년대 중반 퇴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후 야생 멧돼지 등을 통해 동유럽으로 전파된 뒤 지난해에는 중국에서 발생했다.

주된 감염 루트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식품이 섞인 잔반 사료다. 돼지에 먹일 경우 바로 전파된다. 국경을 넘나드는 멧돼지도 주요 전파 경로다. 감염된 돼지와 직간접 접촉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축산 관계자들은 남한은 북한과 비무장지대로 차단돼 있어 야생 멧돼지로 인해 유입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낙연 국무총리는 5일 북한과 접경지역인 경기 북부 방역현장을 점검한 자리에서 “멧돼지가 북한 자강도에만 머물러 있을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미 개성까지 왔다고 봐야 한다”며 철저한 차단 방역을 강조했다.

돼지열병은 감염된 돼지나 고기, 분비물 등을 통해 직접 전파된다. 방역당국은 해외 여행 시 육류 및 햄, 소시지, 순대, 만두 등 육류 가공품을 절대 가지고 들어와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차단에 전 국민의 관심과 동참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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