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본때’를 어떻게 보여줄 건가

발행일 2019-06-09 15:21:5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지국현논설실장
21대 총선이 내년 4월15일 치러진다. 10개월 남짓 남았다.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에서는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집권 3년 차 들어서도 뚜렷한 민생 비전을 제시 못 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미래 비전 실종, 경제정책 성과 미진, 북핵 문제 답보 등이 주요 원인이다.

지역에서는 부산 가덕도공항의 총리실 재검토설, 구미 반도체클러스터 무산, 허울뿐인 경주 원전해체 연구소 반쪽 유치, 예타 홀대 등의 사례가 소외감을 더한다.

정치 무용론과 혐오증이 확산되면서 제역할을 못 하는 정치인을 응징하자는 이야기가 힘을 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총선 ‘국정안정론’-‘정권심판론’ 첨예 대립

총선 과정에서 국정안정론과 정권심판론이 첨예하게 맞설 것이다. 특히 대구경북에서는 정권심판론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모든 것이 휩쓸릴 수도 있다.

지난 4월 말 패스트 트랙에 올려진 선거법 개정 여하에 따라 지역의 정치도 격랑을 탈 수밖에 없다. 일부 선거구가 사라질 수 있다. 새 선거법에 따라 본격 다당제 시대 돌입 등 정치구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총선은 2022년 대선의 전초전인 동시에 현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 국민여론도 다시 한번 보수와 진보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대상은 누구일까. 더불어민주당의 대구경북 지역구 현역은 김부겸(대구 수성갑), 홍의락(대구 북을) 의원 2명이다. 또 바른미래당에는 개혁적 중도보수를 주창하는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 대한애국당에는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는 조원진(대구 달서병) 의원이 있다. 나머지는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이들 중 특히 관심의 대상은 민주당 김부겸 의원과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다. ‘본때를 보여주는 대상에 두 사람을 포함시켜야 한다. 제외해야 한다’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두 사람의 활동과 행보가 지역민의 기대에 못 미친 부분도 있다. 하지만 한국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려 노력하고 행동한 것은 분명하다. 관점에 따라 다양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본때 대상자 선정의 가장 큰 기준은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이 제역할을 하고 있나’ 이다. 잣대는 보수·진보 구분 없이, 정당 차별 없이 적용돼야 한다. 보수·진보의 균형은 국가나 국회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필요하다.

대구경북에서 한국당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던 지난날의 추억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보수가 지리멸렬한 정국에서 존재감조차 없는 웰빙 정치인이 다시 선택받아서는 곤란하다.

---과감한 물갈이 만이 한국당의 살길

대구경북에서 한국당 물갈이 여론이 높아져야 당내 공천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긴다. 그 길만이 지역이 정치적 위상을 되찾는 길이고, 대한민국의 보수가 사는 길이다. 그래야 한국당이 지역과 보수의 지지를 얻고, 또 그 국회의원들은 지역과 보수를 방패막이 삼아 힘있는 대여 투쟁을 해나갈 수 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대구경북부터 ‘새 피’를 수혈해야 한다. 역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유능한 새 인물을 공천해야 한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면 한국당의 존립이 위태로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의 보수가 도태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영입과 발굴을 통한 물갈이와 체질 혁신만이 한국당의 살길이다. 이 상태로 조금만 더 지나면 호남이 아닌 지역에서도 보수가 후보 공천조차 못 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정치의 카타르시스는 선거를 통해 지지하는 세력이 선택됐을 때 크다. 하지만 선후와 경중을 따져봐야 할 때도 있다. 과거처럼 ‘못 먹어도 고’는 아니다.

지역민들은 여전히 “민주당은 싫고, 한국당은 기대 못 한다”고 한다. 이럴 때 “본때를 보여주자”는 의견은 탁월한 선택이다.

그러나 동시에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하는 것이 옳다. 평가 대상자의 정치적 소신, 능력, 미래 기대치 등이 그것이다. 품어줄 대상은 품고, 키울 재목은 키우자. 그래야 선택한 본때가 더 빛을 발한다. 동시에 공천혁명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지국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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