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이 행정안전부의 학교 부지를 활용한 통학로 조성 사업을 반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통학로는 학생들의 등하굣길 안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 그런데도 대구교육청은 행안부 예산을 받아 진행해야 한다며 일선 지자체의 통학로 개설 사업에 전국 교육청 중 유일하게 뒷짐 지고 있었던 것. 학부모들이 아연실색할 정도다.

대구시는 2005∼2010년 통학로가 제대로 없는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통학로 조성 사업을 시행했다. 도로 구조상 통학로 조성이 어려운 일부 초교는 학교 부지를 활용해 통학로를 조성하자는 의견을 대구교육청에 냈지만 모두 ‘퇴짜’ 놓았다.

학교 담장을 70∼80㎝ 정도만 물려도 통학로 조성이 가능한데도 교육청은 용지를 매입해 시행하라는 입장이었다. 교육청 부지는 내놓지 않겠다는 것.

행안부의 2019년 학교 부지 활용 통학로 조성 사업에 공모한 지자체는 달서구청(송현초·본리초·내당초)이 유일하다.

정부 지원을 받아 실시하는 사업인데도 7개 구·군청은 공모하지 않았다. 그동안 대구교육청이 학교 부지를 활용한 통학로 조성 사업을 탐탁잖게 여겨 협조하지 않은 때문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와 주민들이 협의해 통학로 조성에 직접 나서고 있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구교육청이 행안부 예산을 받아 해결하려다 보니 일어난 일이다. 교육청의 재정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이긴 하지만 교육행정의 주체인 교육청의 나태한 행정이 빚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87년부터 학교안전공제회를 설립 운영하고 CCTV 설치, 학교보안관 배치(2011년)하는 등 학교 내 각종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교육 당국은 교내뿐만 아니라 등·하굣길의 학생 안전도 잘 살펴야 한다. 정부가 학교 주변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1995년 시행)을 지정해 관리하는 것도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학생들이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어린이보호구역은 전국에 1만6천765곳이 있다.

전국 초등학교 6천여 곳 중 보행로가 없는 학교는 1천834곳(30.6%)으로 나타났다.

행안부는 올 상반기 중 마무리 예정으로 전국 초교 주변의 보도가 없는 도로 848곳에 보도 설치사업을 펴고 있다. 또 지난해까지 어린이통학로를 개선한 결과 스쿨존 사고가 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교 주변의 통학로 개설은 그만큼 중요하다. 대구교육청의 통학로 행정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그나마 대구시가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 시 부지를 활용해 통학로를 조성해 주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대구교육청은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한 시설에 더욱 신경 써 주길 바란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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