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와 경북도가 포스코의 조업정지 처분과 관련,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 포스코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는 잇단 포항지역의 악재로 지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진피해특별법 제정 등 포항지진 피해 복구가 늦어지고 있는데다 포항제철소의 조업정지 위기와 중국 강철그룹의 스테인리스 냉연공장 부산 건설 추진 등 안팎으로 가중되고 있는 포항시와 지역 경제계의 위기감을 고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계 당국의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 대기업이 경제를 볼모삼아 불·탈법해위를 면책 받으려는 구태를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정당화시켜준다는 환경단체 등의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3일 포스코 조업정지 처분에 대해 “기업을 망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청문을 통해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10일의 조업정지가 사실상 제철소 폐쇄와 같은 조치라는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행정처분을 통지한 지자체장이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 선 셈이다.

환경부도 지난 12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각 지자체 관계자와 회의를 열고 철강전문가, 교수, 법률가,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 조업정지 전까지 약 2개월에 걸쳐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환경보전과 국민 건강을 가장 우선시해야 할 환경 주무부서도 이례적으로 입장을 바꿨다.

철강업계와 노조가 고로 정지에 따른 손실이 크고 대체 기술이 없다며 반발하는 데 따른 것이다.

경북도는 환경부의 개선 대책을 살펴본 뒤 포스코에 대한 행정 처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체는 고로 운용 과정에서 일정량의 오염물질은 배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오염 방지시설에 대한 투자를 필수 경비로 인식,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기업체의 의지가 문제다.

최근 여수산업단지에서 대기업을 포함한 235개 사업장이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조작하다 적발됐다. 기업들이 국민 건강과 생명은 도외시한 채 돈벌이이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했다.

포스코의 사례가 기업들이 위법행위를 해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내세워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처분도 얼마든지 거둬들이도록 할 수 있는 본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환경부와 경북도는 명분과 원칙을 잘 조화시켜 해법을 찾길 바란다.

포스코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환경오염 기업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친환경설비 구축에 2021년까지 1조7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대국민 사과와 함께 더욱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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