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온스튜디오 진행…작가와의 만남도 열어



▲ 심효선 작가가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에서 드로잉 작업을 하고 있다.
▲ 심효선 작가가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에서 드로잉 작업을 하고 있다.


4면이 유리로 된 ‘유리상자’에서 작가와 관객이 1대1로 대화를 주고 받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작가는 대화 중간중간 드로잉을 했다.

작가와 관객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작가는 “날씨부터 살아가는 이야기와 예술에 대한 이야기까지 소재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했다.

작가는 관객의 이야기를 듣고 얻은 착상을 그림으로 그린다. 관객이 왔다갈 때마다 그림은 늘어난다. 관객은 작가와의 만남이 끝나면 떠나고 싶을 때 떠나거나 떠나기 전 작가의 작업을 구매할 수도 있다.

심효선 작가는 “처음하는 시도”라고 했다. 2017년부터 출산과 육아로 작업을 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이러한 작업을 계획하고 꿈꿨다고.

▲ 심효선(오른쪽) 작가가 관객과 대화를 하며 드로잉을 하고 있느 모습.
▲ 심효선(오른쪽) 작가가 관객과 대화를 하며 드로잉을 하고 있느 모습.
이번 전시 제목은 ‘온 스튜디오 나+당신, 그림’이다.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 아티스트 세번째 전시다.

‘온 스튜디오’는 ‘작업실에 관해’라는 의미도 되고 온 에어(on air)처럼 ‘작업 중’이라는 뜻도 된다.

봉산문화회관의 유리상자에 임시로 연 이 작업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심효선 작가의 개인 작업실에 잠시 들린 관객이 경험할 수 있는 것과 거의 유사하다. 어제도 그랬던 것처럼 작가는 소소한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고 우연히 들린 관객은 딱히 특별할 것 없는 대화를 나누고 적당한 때에 작업실을 떠나는 것이다.

심효선의 개인적인 작업실이 봉산문화회관의 열린 공간에 펼쳐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작업실이란 작가가 창작의 고민을 예술로 승화하는 공간이다.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과 싸움하며 유치한 행위부터 진지한 몰두까지 종횡하는 폐쇄적이며 개인적인 공간이다. 그런 작업실을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하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과감하게 관객과 적극적으로 만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임시 작업실이라는 한시적인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 곳에서 자신의 작업을 이해할 관객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예술가와 관객이라는 오래된 관계에 주목하고 단순히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예술가가 아니라 예술이라는 물질적 구현체를 통해 형성되는 관객과의 관계 자체에 주목하는 책임감 있는 주체가 되려는 것이다. 그 책임감은 작가의 작업 구상에 관객이 끼어드는 행위를 허용하고 더 나아가 관객에게 자신의 권위를 양보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즉 관객이 개입한 만큼 작가는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양보하게 된다.

심효선은 회화를 주 매체로 하며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초기 작업은 현실과 TV라는 매체에 집중했다. 그는 이를 통해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서 극대화되는 인간의 소극성에 대한 반성을 표현했다. 조각상 시리즈는 도시의 조각상을 화두로 도시의 풍경을 그려내고 조각상이 놓여진 장소와 나아가 사회의 성격을 해석하고자 했다. 이 외에도 개막전 천에 둘러싸인 기념비를 그린 ‘덮힌 동상’ 시리즈, 황량한 산야와 불타는 나무와 같은 자연의 편린을 주관적으로 해석한 풍경 시리즈 등을 통해 불안한 현대인의 심리를 인공물과 자연물 사이의 자유로운 연결고리를 만들며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작가는 어번 오픈스튜디오에서 무엇이든 거침없이 자유롭게 그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남들이 어떻게 봐줄까, 이 도형을 넣을까, 의미가 이상해지지 않을까 등 작업을 하면서 늘 하던 자기검열을 내려놓고 싶다”고 했다.

작가는 “늘 작업을 하면서 이것이 세상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항상 있었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내가 생각한 것을 여러가지 경로를 거치지 않고 필터링 없이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작가가 떠나고 난 유리상자에는 수 많은 드로잉 작품이 관객들을 맞는다. 이번 전시는 8월11일까지 진행된다. 작가 상주 프로그램은 다음달 12일까지 화~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한다. 문의: 053-661-3500.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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