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전 5시40분께 대구 동구 율하동 박주영축구장 내 22m 높이의 조명탑 꼭대기에 올라가 아파트 단지 내 주취자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8시간여 동안 소동을 벌이던 60대 남성이 119구조대와 함께 굴절사다리차를 이용해 내려왔다. 이무열 기자
▲ 17일 오전 5시40분께 대구 동구 율하동 박주영축구장 내 22m 높이의 조명탑 꼭대기에 올라가 아파트 단지 내 주취자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8시간여 동안 소동을 벌이던 60대 남성이 119구조대와 함께 굴절사다리차를 이용해 내려왔다. 이무열 기자
최근 고공농성을 통해 사회의 불만을 표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7일 대구 동부경찰서 및 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40분께 A(63)씨가 동구 율하동 박주영 축구장의 22m 높이 조명탑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다 오후 2시20분 경찰과 소방당국의 설득으로 굴절사다리차를 타고 내려왔다.

A씨는 자신의 목과 발목 등을 쇠사슬로 묶고 흉기를 소지한 채 8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다.

그는 자신이 거주 중인 안심주공3단지 내 상습 주취자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아파트 관리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A씨는 이에 앞서 관할 구청에 “주취자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민원을 제기했으나 해결되지 않자 고공농성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에는 대구 남구에서 40대 남성이 보험회사와의 마찰을 주장하며 영남대병원 네거리의 10m 높이의 CCTV 관제탑에 올라 4시간가량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A씨는 ‘금전적인 문제로 어렵다. 수술을 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현수막과 사람 모양의 인형을 고공에 늘어뜨린 채 항의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공농성 장소가 공공기관에 속한 구조물이나 시설을 점거하고 시위를 할 경우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며 “현재 남구와 동구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법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곳에 올라 시위하는 행위가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표현의 방법이라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종한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신적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행위가 자주 발생한다. 평소 인간관계에서 소위 ‘을’의 입장이라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쉽게 이목을 끌어 자신의 의사를 나타내고 이러한 행위를 통해 협상이 보다 쉬워질 것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중곤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언론이나 미디어의 관심을 끌고 본인의 요구 사항을 관철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며 “비정상적인 표현으로 사회에 어필하고 보상받으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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