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담은 아름다운 전망대 (4) 서구 와룡산전망대

발행일 2019-06-18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와룡산은 해발고도 299.6m로 대구 서구와 달서구, 달성군을 잇는 거대한 용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시가지와 인접해 있어 산길을 걸으면서 서구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상 전망대에서는 매년 1월1일 해맞이 행사를 개최되고, 4월에는 진달래꽃과 벚꽃, 영산홍 군락지가 등산로 사이사이에 자리해 등산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와룡산을 오르다

지난 17일 오후 6시 서구 새방골마을 계성고등학교 옆길. 여름의 열기가 성큼 다가온 날씨에 시원한 생수 한 병을 챙겨 와룡산 전망대가 자리한 상리봉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와룡산 전망대로 향하는 등산코스는 모두 다섯 코스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서구 소망모자원에서 상리봉으로 향하는 1번 코스다. 전망대까지 총 길이 0.8㎞로 30여 분이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어 인기다.

하지만 등산객이 많이 찾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전망대에서 대구 전망을 감상하고 나서 손자봉과 할아버지봉을 거쳐 벚나무군락지로 유명한 용미봉과 진달래 및 영산홍 군락지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코스기 때문이다.

이를 반대로 올라가는 서대구 IC 영업소에서 상리봉으로 향하는 코스도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해당 코스 소요시간은 1시간30분∼2시간 정도다.

2번 코스는 새방골마을에서 상리봉으로 향하는 코스다. 사륜구동 자동차가 오르내릴 정도로 등산로가 넓은 것이 특징이다. 산악자전거(MTB) 코스로도 알려져 있어 자전거를 타고 전망대를 향하는 라이더들도 자주 보이기도 한다.

등산난이도는 높지 않았다. 널찍한 등산로를 유유자적 걷다 보면 이따금 들려오는 딱따구리의 집 짓는 소리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30여 분 산을 오르다 보니 와룡산 전망대를 맞이할 수 있다. 어렵지 않게 올라왔지만 상리봉 정상에서 바라오는 대구의 전망은 입이 딱 벌어졌다.

앞산전망대가 해발고도 658m의 높이에서 대구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본다면, 와룡산 전망대는 바로 눈앞에 대구시가지를 훤히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야경으로는 팔달교 방향의 신천과 금호강을 따라 굽이치는 신천대로가 조명에 비쳐 아름답게 보이는 장소로 유명하다.

전망대는 2015년 10월 총사업비 3억 원을 들여 조성됐다. 상리봉에서 대구의 전망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게 하트 모형의 포토존은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려는 연인들의 필수코스가 됐다.

◆절경을 간직한 봄·가을의 와룡산

사실 와룡산은 전망이나 야경보다 해맞이 장소로 유명하다. 등산로 곳곳에 해맞이공원이라는 팻말이 붙은 이유다.

특히 봄과 가을 무렵에는 전국 곳곳의 사진사가 와룡산 전망대를 찾는데 그 이유는 일교차로 인한 안개에 있다.

봄·가을은 일교차가 커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데 이때 안개가 자욱한 와룡산 전망대에서 일출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기 때문이다.

전망대 아래로 자욱하게 깔린 안개는 마치 동화에 나오는 ‘잭과 콩 나무’의 한 장면처럼 콩 나무를 타고 하늘나라로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봄에는 아름다운 진달래와 영산홍 군락지가 등산로에 포함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석양이 질 무렵 금호강이 굽이치는 보랏빛 영산홍 군락지에서 사진 한 장은 ‘인생 샷’을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 터널처럼 얽혀 있는 와룡산 벚나무 터널에서 흩날리는 벚꽃 잎을 마주하면 자신도 모르게 감탄이 터져 나온다.

◆용이 누운 형국 와룡산

와룡산은 산의 모습이 마치 용이 누운 형국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와룡산은 서구와 달서구, 달성군에 걸쳐 있다. 용의 꼬리와 몸체 부분이 서구와 달서구 쪽이고, 용의 머리 부분은 달성군 다사읍 쪽으로 놓여 있다. 산의 형상은 용이 똬리(짐을 머리에 일 때 받치던 왕골 잎 등으로 만든 동그란 받침대)를 틀고 있는 모습이기에 꼬리와 머리 부분이 아주 가까운 것이 특징이다.

와룡산에 얽힌 이야기는 여러 가지가 전해지고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와룡산 아래 옥연(옥같이 맑은 못)에 용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용이 승천하려고 못에서 나오자 이를 본 아녀자가 놀라 ‘산이 움직인다’고 소리쳤고, 이 소리를 들은 용이 승천하지 못하고 떨어져 산이 됐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원군으로 조선 땅을 밟은 중국의 이여송이 와룡산의 정기가 매우 뛰어나 조선에 수많은 인재가 날 것을 우려해 산의 맥을 자르니 그곳에서 검붉은 피가 솟구쳤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다.

또 어떤 이는 천상의 미움을 받은 용이 장군의 칼에 맞아떨어져 누운 것이 지금의 와룡산이라고도 한다.

와룡산은 ‘역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구의 분지가 형성될 때 팔공산이나 비슬산 등 대부분 산의 지세가 대구 분지를 향해 뻗어 있지만 오직 와룡산만이 용이 등을 대구로 향해 돌아누워 있는 형상에 거스릴 역(逆)자를 써 ‘역산’이라 불렸다고도 한다.

경상읍지에는 와룡산을 성산봉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서쪽의 성이라는 뜻으로 오늘날 성서의 지명이 됐다.

◆재단장 하는 와룡산

와룡산은 2021년 자연생태체험 숲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이를 위해 서구청은 총사업비 8억2천만 원을 들여 와룡산에 힐링 숲길, 숲 체험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기본 및 실시설계가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한다.

와룡산은 아이들의 체험학습공간과 산림휴양 기능이 보강돼 주민의 휴식 공간은 물론 아이들에게 자연을 학습하는 체험의 장으로도 거듭나게 된다.

석양이 질 무렵 와룡산 영산홍 군락지에서 금호강을 바라보며 촬영한 사진 한 장은 ‘인생 샷’으로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터널처럼 얽혀 있는 와룡산 벚나무 터널에서 흩날리는 벚꽃 잎을 마주하면 자신도 모르게 감탄이 터져 나온다. 사진은 지난 4월 와룡산 걷기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의 모습.
와룡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대구의 야경. 서구청 제공
와룡산 전망대 모습.
등산객들이 와룡산 전망대에 설치된 하트모양 포토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와룡산 전망대에서는 매년 1월1일 해맞이 행사를 열린다. 사진은 지난 1월1일 와룡산 전망대 해맞이행사에 참여한 등산객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등산로 곳곳에 노랗게 핀 금계국이 등산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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