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겠어요, 이렇게 좋은데

김유래 지음/레드박스/296쪽/1만4천 원

다른 나라에서 한 달 살아보기. 로망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인생에서 잠깐 멈춤의 시간이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지 않은가. 저자에게는 30대 초반에 그런 시기가 찾아왔다. 어느 날 출근하다 길에서 주저앉고 나서야 갑상샘항진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고 싶었던 그녀가 운명처럼 이끌린 곳은 ‘치유’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우붓(Ubud)이었다.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 있는 우붓은 울창한 숲과 야성미가 흐르는 강을 끼고 있어 야생동물의 낙원으로 불리는 작은 마을이다. 그곳에선 푸른 논이 끝없이 펼쳐진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먼지 풀풀 날리는 흙길이 뭐가 그리 좋을까 싶을 수도 있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땅의 맨살을 실컷 느낄 수 있잖아요.”

이 책에는 우아한 힐링이나 운명적 사랑 같은 드라마틱한 이야깃거리는 없다. 대신 찌짝(도마뱀붙이)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바퀴벌레와 거미에 기겁하는 리얼함이 담겨 있다. 완전히 다른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맡긴 채, 지금껏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감정들을 자유롭게 끄집어냈던 잊지 못할 순간들이 담겨 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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