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지례 흑돼지가 ‘우리흑돈’이라는 이름으로 명성을 이어가게 된다.

우리흑돈은 국립축산과학원이 듀록(일반돼지)과 한국 고유 재래돼지의 교배를 통해 지난 2017년 개발한 개량종이다.

김천시는 토종 지례 흑돼지와 유전자 혈통이 가장 유사한 국내 개량종 우리흑돈이 올해 첫 분만을 통해 번식을 시작함에 따라 흑돼지 사육기반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돼지에 대한 구체적 기록은 일제에 의해 작성됐다. 체구가 작고 잘 자라지 않아 사육 가치가 낮은 것으로 기록됐다. 종의 다원성이나 고유의 품종 보전과 같은 가치는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토종돼지는 개량 대상으로 분류됐다.

토종과 같은 검은색 털을 가지고 있는 버크셔종의 사육이 권장됐다. 현재 우리가 토종이라고 부르는 돼지들은 버크셔종과 혈통이 섞여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지례 흑돼지는 현재까지 여러 차례에 걸친 다양한 복원 노력 끝에 원형에 가까운 고유의 유전적 특징을 간직하게 됐다. 하지만 역시 빨리 자라지 않아 사육에 경제성이 없다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김천시와 국립축산과학원은 2020년까지 3년 동안 품질이 좀 더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개량종을 농가에 보급한다는 목표 아래 지난 2017년 개발에 착수했다. 우리흑돈이라 명명된 개량종 개발에 성공한 뒤 씨수퇘지 15마리를 김천지역 흑돼지 사육농가에 보급했다. 현재는 4농가에서 200여 마리를 사육 중이다.

축산과학원은 흑돈 사육기반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경북 경산, 경기 군포, 경남 함양 등 3개 거점농장에도 씨돼지 59마리를 보급했는데 농장주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례 흑돼지는 조선시대에 이어 일제 강점기까지 전국적 명성을 유지한 국내 최고 품질의 돼지였다. 비계층이 얇고 육질이 쫄깃해 임금의 진상품으로도 명성을 떨쳤다고 한다.

김천시는 “개량종 우리흑돈은 성장력을 보완해 종전의 흑돼지에 비해 덩치가 좀 더 크고 고기의 감칠 맛이 일품”이라며 “앞으로 우리흑돈을 지역 특산품으로 집중 육성하기 위해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례 흑돼지 업그레이드와 사육 기반 확대는 반가운 소식이다. 축산도 고급화, 친환경, 무공해 사육 등을 통한 특화만이 살 길이다.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개량종 우리흑돈은 향후 축산업의 나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맛도 좋고 경제성도 있는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축산업계의 영원한 과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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