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사랑하라 / 토마스 칼라일

발행일 2019-06-24 16:41:5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오늘을 사랑하라/ 토마스 칼라일

어제는 이미 과거 속에 묻혀 있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날이라네/ 우리가 살고 있는 날은 바로 오늘/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날은 오늘/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날은 오늘뿐/ 오늘을 사랑하라/ 오늘에 정성을 쏟아라/ 오늘 만나는 사람을 따뜻하게 대하라/ 오늘은 영원 속의 오늘/ 오늘처럼 중요한 날도 없다/ 오늘처럼 소중한 시간도 없다/ 오늘을 사랑하라/ 어제의 미련을 버려라/ 오지도 않은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 우리의 삶은 오늘의 연속이다/ (하략)

- 『Past and Present』(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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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역사가이며 비평가이자 걸출한 지성인 칼 라일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그에게 큰 명성을 안겨준 대표적 저서가 <프랑스 혁명>이다. 프랑스 혁명사는 칼라일이 1833년부터 1837년까지 4년 넘게 걸려 쓴 대작으로 알려졌는데 집필과정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칼 라일은 두문불출 오로지 집필에만 매달려 쓴 수천 장의 원고를 친구 존 스튜어드 밀에게 한번 읽어봐 달라며 주었다. 얼마 뒤 밀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달려왔다. 하녀가 실수로 그 원고를 몽땅 태워버렸다는 것이다.

오늘 이 일화가 떠오른 것은 나도 최근 작업하던 한글파일들이 모두 깨져버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칼 라일에게는 2년여의 노력이 그만 수포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한동안 그 충격으로 무력증에 빠진 그가 다시금 마음을 다잡은 것은 어느 공사장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한 노동자가 벽돌을 한 장씩 쌓는 것을 본 이후다. ‘오늘 한 페이지를 쓰자. 그리고 ‘날마다 한 페이지씩을 다시 쓰자’ 그렇게 해서 다시 2년의 세월을 통해 완성시킨 역작이 프랑스 혁명사이다. 그는 이 저서에서 프랑스 왕정의 실패를 낱낱이 밝혔고 또 혁명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칼 라일은 <프랑스 혁명>에서 혁명을 지배계급의 악한 정치에 대한 천벌이라며 지지하면서 영웅적 지도자의 필요성을 제창했다. 그는 지배계급의 가장 큰 잘못은 그들이 아무 잘못도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섹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말도 그의 ‘영웅숭배론’에 언급되었을 만큼 뛰어난 인물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다. 그리고 인생은 ‘두 개의 영원 사이에서 번쩍 빛나는 한순간의 섬광’이라는 말도 남겼다.

‘인간은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살아간다. 인생은 잠시 왔다가 잠시 후에 사라지는 안개와 같다’라고 했다. 삶이란 ‘녹고 있는 얼음판’이고, 우리는 그걸 타고 지금도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아래를 내려 보지 않아도 그것은 자꾸만 작아지고 있으며 언젠가는 가라앉을 것이다. 칼라일은 ‘우리는 시간을 느끼지만 누구도 그 실체를 본 사람은 없다. 시간은 우리가 딴 짓을 하는 동안 순식간에 저만치 도망쳐 버린다.’고 일찍이 시간을 각성케 했다. 어제의 미련을 버리고, 오지도 않은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면서 ‘오늘’을 사랑하라고 한다.

아무리 애써도 바꿀 수 없는 어제에 갇혀 허덕이거나 허황된 내일의 꿈만을 쫒는 사람에게 오늘을 살라며 권고하고 있지만 벅찬 선물로서의 오늘을 선뜻 받아들지 못할 때가 있다. 내일은 아직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아니다. 그러니 ‘오늘을 사랑’함은 지금에 감사하며 오늘의 삶에서 행복을 찾지 않으면 안 될 명백한 당위인 것이다. 결국 우리가 소유하고 사용할 수 있는 날은 오늘뿐이지 않은가. 늘 뒤뚱거리는 내게도 오늘을 다시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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