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三代

三代/ 하종오

그의 아버지는 국방군에 징집되어/ 서울 수복에 나가며 그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살아서 돌아올게요/ 정말로 인민군하고 육박전하고도 살아서 돌아와/ 고향에서 새로 초가집 짓고 감나무 심고 그를 낳았다/ 이제 전쟁은 없을 거라고 믿었다// 이십여 년 후,/ 가난이 지긋지긋했던 그는 파병군에 지원하여/ 베트남 전에 나가며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말했다/ (중략)이제 아들만은 전쟁에 안 나갈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이십여 년 후 어느 날,/ 대학생이 된 그의 아들이 군대 가게 된 날/ 그와 그의 아내가 먼저 말했다/ 너무 잘 하지도 말고 너무 못 하지도 말고 몸만 성해라/ 어김없이 군인이 되었다 그의 아들은/ 어디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에 대비하여/ 오직 죽거나 죽이러 갈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 시집 『반대쪽 천국』 (문학동네, 2004)

6·25 전쟁 발발 69년, 휴전 이후로도 66년이나 지났음에도 한반도는 아직 전쟁의 불안을 말끔히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남북 8천만 겨레 모두가 종전선언을 희망하는데도 합의가 안 되는 이유가 무얼까. 종전선언을 하면 미국은 한반도 미군주둔 명분이 없어지고 한반도에 미국의 영향력이 떨어지게 되면 중국과 패권전쟁을 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중국에 대한 견제력이 약화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 하겠다. 이러한 역학관계를 잘 이해하는 북한에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이후에도 미군의 주둔을 양해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그 카드를 쉽게 꺼내지 않는 것은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에 대한 굴복 없이는 한반도 긴장상황에서 우려먹을 게 아직은 더 많다는 방증이 아닐까. 그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북한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 그럼에도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체제안정과 경제적 발전을 도모해야하는 절박한 입장에 놓여있다. 물론 전쟁의 불안을 제거하고 평화체제와 공동번영으로 가는데 우리가 주저할 이유는 없다. 미중 역학관계와 상호 불신이 주요 원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또 하나 내부 분열에도 그 원인이 적지 않아 보인다. 한국당은 ‘북한 소형 목선 경계 실패’사건을 규탄하면서 지난 21일 국회에서 안보 의원총회를 열었다. 그들은 이번 경계 실패가 지난 9·19 남북군사합의에 의해 초래된 것으로 규정하고, 남북군사합의 폐기를 당론으로 내걸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평소 자신들 진영과 코드가 맞는다고 생각했던 극우보수인사를 초청해서 강연을 들었다. 그러나 정작 그는 남북군사합의와 이번 경계실패 사이에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경계심과 경각심이 저하되었을 수는 있다고 했다.

이처럼 보수적 안보관을 지닌 박 교수조차 남북군사합의와 경계 실패의 직접 연관성을 부인하는데도 한국당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엄청난 국방비를 쏟아 부으며 유지되는 군이 북에서 내려온 목선 하나 파악하지 못했냐고 추궁하면 정부도 할 말이 없으리라. 그러나 억지를 써가며 안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문제는 있어 보인다. 3대를 이어오며 우리 민초가 바라는 건 오직 이 땅에 모든 철조망이 걷히고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그날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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