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지만

진명주 지음/와일드북스/296쪽/1만4천 원

이 책은 아이오 함꼐 두 달간 동남아 여행을 기록한 책이다. 아내, 며느리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오롯이 여행자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던 저자는 설 연휴를 앞두고 두 달간 여행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떠나기 직전 남편의 여동생이 전화를 걸어와 여행 기간 중 ‘설 연휴’가 끼여 있음을 상기시키고, 또 친정엄마로부터 ‘시댁 보기 미안하지 않냐?’는 질타를 받았고,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팔자 편하게 여행이나 다닌다는 주위의 핀잔도 빠지지 않았다.

그런 질타에도 그녀는 결국 아이와 나란히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워킹맘에서 전업주부로 전환하면서 생긴 우울증을 달래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행이 즐겁지 않다는 사실에 다시 우울해지고 만 저자. 계속 여행해도 될지 고민하던 그때, 문득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는 미얀마가 너무 좋아요. 한국에 돌아가면 딱 하룻밤만 자고 다시 오고 싶어요.” 베트남을 지나 캄보디아, 태국, 마지막으로 미얀마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의 젊음과 맞바꿨다고 생각한 아이가, 어느새 그녀 삶의 위로가 되고 있었음을.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