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봉/논설위원

최근 지역 출신 봉준호 영화감독과 방탄소년단, 청소년축구대표팀 정정용 감독 등이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며 국위를 선양, TK(대구·경북)의 어깨를 으쓱하게 했다. 호사다마랄까.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다. 의성의 ‘쓰레기 산’이 외신을 탔으며 필리핀에 수출해 국제 망신을 산 폐기물의 일부가 지역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망신살도 뻗쳤다. 거기다 의료폐기물이 무단 적치된 창고가 경북 일원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경북이 폐기물 집하장으로 불명예와 오물을 뒤집어썼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도 전국에서 쏟아 놓은 폐기물(지정폐기물 제외)은 모두 하루 41만4천626t이다. 이중 생활 폐기물(사업장 폐기물 제외) 발생량은 하루 5만3천490t이다. 소각 시설마저 부족한데다 있는 있는 시설마저 주민 반발에 따라 100% 가동하지 못하면서 생활 폐기물의 소각은 24.9%에 그친다. 매립률은 13.5%로 2012년 이후 감소 추세다. 생활 폐기물 중 재활용을 위해 분리배출·수거한 분량이 1만4천452t(27.0%)이다. 하지만 나머지 쓰레기는 처리 방법이 마땅치 않다. 외국 수출 길도 막혔고, 땅에 묻거나 쌓아놓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의성 ‘쓰레기 산’ 사태가 발생했다. 한 폐기물처리업체가 의성군의 사업장에 불법 방치한 폐기물은 허가 양인 2천157t의 80배에 달하는 17만3천여 t이다. 업자가 처리할 수 없어 환경부와 경북도가 지난달 폐기물 처리를 시작했다. 처리 비용만 440억 원이 들어간다. 모두 국민 세금이다.

-경북 곳곳이 불법 방치 쓰레기로 몸살앓아

경북도의 경우 현재 8곳에 22만4천 t이 쌓여 있다. 전국 235곳에 방치된 쓰레기는 모두 120만 t이다. 처리에 3천억 원이 필요하다.

쓰레기 산이 생긴 근본 원인은 폐기물 배출량 자체가 처리 능력을 넘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폐기물을 수입 금지하면서 해외로 내보내던 물량이 국내에 쌓인 것도 한 원인이다. 정부가 ‘고형연료(SRF)’를 쓰는 열병합발전소를 대기 환경 오염을 이유로 규제한 것도 작용했다.

우리나라는 국가별 1인당 플라스틱 연간 사용량 1위(2016년 통계청 자료 기준 98.2kg), 연간 종이컵 사용량 230억6천200만 개, 비닐봉지 사용량 211억390만 개다. 우리는 하루 1인당 1.01kg(0.27㎏이 음식물 쓰레기)의 폐기물을 쏟아 놓는다. 무심코 버리는 플라스틱 용기와 1회용 컵, 비닐 등은 바다로 흘러가 분해된 뒤 어패류를 통해 우리 몸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지정폐기물인 의료 폐기물도 골치덩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 3월 이후 고령군과 대구·경북·경남지역 12곳에 1천241t의 의료 폐기물을 창고와 노지에 불법 보관한 업체를 적발했다.

전국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2017년 기준, 21만9천t. 의료 폐기물 소각처리장은 경북 3곳(경주·고령·경산) 등 14곳에서 모두 18만9천t을 처리한다. 연간 3만t이 불법 보관 및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이 중 경북 3곳의 위탁처리 업체가 전체 32.6%를 처리하다 보니 서울 등에서 경북으로 의료 폐기물이 몰리고 있다. 앞으로도 쉬 개선 여지는 없다.

의료 폐기물은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앞으로 더욱 늘 전망이다. 빈 창고마다 쓰레기로 가득 찰 상황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덜 쓰고 적게 버리는 것이 쓰레기 유산 해결책

통계만 봐도 금수강산은 쓰레기 천지다. 폐기물 관리를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덜 쓰고 적게 버리는 방법뿐이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폐 플라스틱은 인류의 역량을 집중해 처리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

2013년부터 시행돼 쓰레기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모범사례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는 자원재활용 측면만 따지면 독일, 오스트리아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아파트 거주민이 많은 때문이다. 재활용 처리가 늘고 있지만 아직 배출량을 따라잡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후손에게 쓰레기 유산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원시적인 생활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르겠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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