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선생 거선생

박정섭 지음/사계절/52쪽/1만3천 원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신의 실력만 믿고 늦장 부리던 토끼는 결국 경주에서 패배하고 느리지만 꾸준한 거북이가 승리했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누구나 아는 이 이야기에 뒷이야기를 더해 이책을 완성했다. 통한의 패배에 눈물 짓던 토선생(토끼)은 거선생(거북이)에게 다시 경주를 제안한다. 뜻밖에 거북이의 무거운 등딱지를 자신이 메겠다는 전제조건도 붙인다. 경주 중반, 아니나 다를까 제 버릇 개 못 준 토선생은 또 잠깐 쉬었다 가는 여유를 부리고 등딱지가 없는 거선생은 추위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등딱지를 돌려 달라는 거선생의 간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서 가던 토선생은 그만 구덩이에 빠지고 만다. 천둥이 치고 비가 억수같이 퍼부어 구덩이에 점점 물이 차오르는 가운데, 거선생이 다시 나타난다.

이 책은 동양화 같은 먹그림이 시원스레 펼쳐지며 마당극처럼 이야기가 흘러간다. 우리네 풍속화와 산수화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김홍도의 퐁속화 주막, 우물가, 씨름, 빨래터 등을 찾아볼 수 있다. 또 겸재 정선의 시화상간도, 인왕제색도도 만나볼 수 있다.





김혜성 기자 hyesu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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