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우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 박준우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대기오염물질 무단 배출로 지난달 조업정지 위기에 몰렸던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일단 최악의 상황은 넘길 듯싶다. 사건이 불거지자 애초 포항제철소에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사전 통보했던 경북도가 이후 제철소 조업정지로 인해 야기될 국가경제 피해 우려와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정부 대응의 변화, 지역경제 손실을 걱정하는 지역민들의 호소 등을 받아들여 행정처분을 연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포스코 조업정지 파동에서 드러난 경북도의 오락가락 대응과 불법한 행위를 했음에도 당당했던 포스코의 태도는 많은 사람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게다가 정당한 법 집행마저도 뒤엎을 수 있는 ‘경제 제일주의’가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한 것은 뒷맛을 개운치 않게 한다.

특히 정부 주무부처이자 환경 정책을 책임진 환경부가 보인 안일한 대응과 어정쩡한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고 이참에 대응매뉴얼 등은 확실히 보완돼야 할 것이다. 환경부는 제철소의 불법 행위 확인에 미적미적 시간을 끌더니 지자체가 엄정한 법 집행을 공표하자 뒤늦게 지자체에 행정처분 연기를 요청했다. 그나마 환경부가 중심이 돼 민관협의체를 2~3개월 운영해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한 것은 뒷북치기로 보이긴 하지만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조업정지 파동의 발단은 올해 3월 포스코 광양제철소 고로(용광로)에서 유독물질이 무단으로 배출된다고 주장한 전남 광양지역 환경단체의 폭로였다. 이들은 제철소에서 고로 정비 기간에 ‘브리더’(고로 내부의 압력을 빼내 폭발을 방지하는 안전밸브)를 통해 일산화탄소와 분진 등 유해물질을 여과 없이 배출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조사를 요구했다.

유독물질 배출 문제는 곧 제철소가 위치한 전국으로 확산됐다. 현재 국내에서 용광로는 포스코의 포항제철소 4기, 광양제철소 5기와 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 3기 등 모두 12기가 운영 중에 있다. 지자체의 유권해석을 의뢰받은 환경부는 한 달여가 지난 4월 말에야 제철소의 브리더 개방 행위가 법 위반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놨다.

환경부 결론은 파장이 컸다. 경북도 전남도 충남도 등 3개 지자체는, 정비를 위한 휴풍과 재송풍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을 걸러주는 방지시설이 없는 브리더를 개방해 가스를 배출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대해 조업정지 처분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자 해당 기업과 철강협회가 강하게 반발했고, 일부 지역민들도 동조했다. 철강업계는 제철업의 특성상 조업정지가 가동정지나 마찬가지고, 철강 생산이 멈추면 지역근로자도 쉴 수밖에 없다는 엄포성(?) 이유를 들며 지자체에 행정처분 취소를 요구했다.

물론 제철소 가동 정지는 국민 누구라도 원하지 않는 일이다. 그렇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터져 나온 철강업체와 철강협회 주장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다. ‘오염물질을 차단하거나 걸러 줄 관련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는데 어쩌라는 거냐’, ‘50년 가까이 아무 소리 않다가 이제 와서 왜 문제 삼느냐’는 식이었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대응이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세계 일류회사로 평가받고 있는 포스코에서 이런 식이라니, 정말 이건 아니지 않은가.

용광로 배출가스에 대기오염물질이 섞여 나왔다면 당연히 방지 대책을 세웠어야 했을 것이고, 상용화된 관련 기술이 없었다면 해당 기술을 자체적으로라도 이미 개발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그동안 시간이 50년이나 있었는데 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최근 정부의 대응 변화 과정을 보면 포스코는 이번 사건을 운 좋게 그냥 넘길 듯하다. 그러나 포스코 등 철강업계는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 수십 년 동안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해 온 행위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특히 지역민들에게는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는 정당하고 합법적인 법 집행이 이익단체와 일부 여론에 따라 오락가락했던 점을 스스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이번 일이 선례로 작용할 텐데, 그때는 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걱정스러워서 그렇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